얼마전에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손님들도 좋으시고
일도 어렵지 않은데 시급도 높고
(물론 야간까지 계산하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일단 만족합니다 )
그ㄴ데 진짜 사장이 밤고구마 백만개에요
첫날 면접볼때
어린 애들 잘 안쓰고 싶다길래 왜요? 하니까
한달 일하고 월급받고 나가버린다고
연락도 안되고 싫대요
그래서 안좋은 알바 많이 걸리셨나보다 했죠
근데 지금은 알바생 심정이 엄청 이해갑니다
1. 기본적인 눈치가 없어요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어떤 손님이 하루 종일 다섯게임을 치고 가셨어요
근데 내리 지기만 하신거에요
식사랑 담배 내기까지 했는데..
결국 하루종일 당구장에서 쓴돈이
5만원이 나왔습니다 ㅜ ㅜ..
너무 속상하고 기분 안좋아 보이시는데
5만원 결제한다고 신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거에요........
옆에서 민망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이기신 손님께
"이야 오늘 잘치시는데요!"
이러면서 칭찬하는데
5만원 쓰신분이 너무 화가나 보이셨어요
손님이 뭐라 하시진 않았지만
기분 심하게 안좋아보이셔서
같이 친사람까지도 머쓱해 하는데
혼자 돈 많이 벌었다고 좋아해요....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ㅜ ㅜ
2. 또 눈치가 없어요
그 손님만이 아니에요
당구 치는 거 구경하면서
얼쩡얼쩡하고 막 끼고 싶어하시는데
단골분들은 그러려니 하시지만
처음 오신 분들은 종종
힐끔 거리면서 불편해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심지어 20대 학생들이 오면
가르쳐준다면서 막 자기가 치기도 해요
그렇다고 잘치는 것도 아니에요
단골 손님들이랑 종종 내기당구 하는데
매ㄴ날 져요.. 이기는 거 못봤어요
처음 오신 손님들이 기분나빠하는 티가 보이면
다른 이상한 이유를 대요
손님이 앞에 서계셔서 너무 세게 치면
투ㅣ어 맞을까봐 약하게 쳤다
그냥 느낌만 보라는 의미로 쳤다 이러는데
아 진짜 한심해요......
3. 눈치가 너무너무 너오무 없어요
제가 알바 마감시간이 지났는데도
안보내주는 거에요
손님이 계셨거든요
근데 그게 점점 심해지는게
채용공고에는 1시까지라고 되어있었는데
면접에는 2시까지라는 거에요
그러더니 정작 손님오셨을때는 3시까지
계속 잡고 있었어요
그러고는 저 다음날 11시까지 나오라는 거에요
처음에는 약간 농담 섞어 말했어요
막 한시간 두시간 늘다가
내일 그냥 11시까지 저 요기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더니 정말 화색을 띄면서
아 그럴래?
이러는 거에요
....
제말을 진심으로 알아들었나봐요
나이도 젊은 사장이에요
저랑 10살 차이 나는데
너무 한심해 죽겠어요
4. 힘들고 난처한 일은 피하려고만 해요
한번은 술마신 손님이 오셨어요
난동을 부리니까
손님들도 당황하고 놀랐죠
저도 놀라서
사장님을 찾았어요
근데 눈길도 주지 않고
애써 외면하면서
못본척
내기 당구에 집중하고 계신 거에요
(다른 손님이랑 내기당구침)
.....
결국 다른 단골손님들이 진정시켜 내보냈어요
그래놓고 한참뒤에 와서
저한테 센척하는 거에요
그 영감 왜 남의 영업장에서 난동이야~?
뭐라 하려다 사람 눈이 많아서 참았네
사람 없었으면 가만 안뒀어~~
이러면서요
정말 기가 막혔어욬ㅋㅋㅋㅋㅋㅋㅋ
쳐다도 안보고 의식적으로 당구만 치던 사람이
.....
5. 난처한 일을 진짜 진짜 피하고 싶어해요
또 저의 마감퇴근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 안보내줘요.......
손님 아직 계시다구요....
그렇다고 돈 더 주는 것도 아니면서.......
이땐 말했어요
저 마감시간 안지키시면 일 못하겠다고
영업끝났으면
손님 보내고 문닫아야
내일 또 일하지 않겠냐구요
그랬더니 자기가 가보고 온대요
그러더니 근처에서 쭈삣쭈삣 거리다가
뜬금없이 전구를 갈아요.....
ㅜ ㅜ..... 뭐하는 거야
그러고는 와서 저한테
곧 끝날거 같은데 라는 말만 세번했어요
......
ㅜㅜㅜㅜㅜㅜ 돌겠어요
머쓱했던지
당구가 남자들의 스포츠야~!
노름 도박 승부욕! 그 쾌감!
그런맛에 하는 거지~~!
이러면서 헛소리만 늘어놨어요.....
무슴 사람이 저렇게 답답하지 싶고
일 편하고 손님도 매너 있는 분 많으시고
다 좋은데
사장이....
아... 또 나쁜 사람 같진 않아요
그냥 많이.....
매우많이 답답하고;;;
눈치 없고;;;;
6. 말실수도 많이 하는 타입이에요
제가 주로 했던 알바들은
사실 회사 경리보는 일이었어요
앉아서 하는 일이었는데
의자가 나빴던지 허리 목 이런데가 많이 아파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서 일하고 싶고
원래 성격도 활동적이라
말없이 일하기 힘들어서
당구장 알바를 처음 해봤어요
어느날 뜬금없이 일 하는 거 어때?
이러고 물어보길래
웃으면서 힘드네요 이랬어요
그랬더니
고생안하고 자랐나봐?
이러는데 진짜 처음으로
사장한테 죽빵을 날리고 싶었어요
.....
고생이라면 고생하면서 힘들게
학교다니는 중이라 화가 더 나기도 했고요
그리고 몸이 힘든 것도 아니고
사장 대하는 게 저는 여기서 제일 힘들거든요 ㅠ
그러고 한마디 더 날리는데
그냥 경리하면서 버는게 더 쉽지?
이래요......
미쳤나봐요
기분 나쁘게 말하는 재주 있으시네요^^
저 경리 하면서는 200씩 벌었어요
더 다니라고 그러시는 걸
여기 일하려고 마다하고 온건데
너무 박하게 대하지 마세요
라고 말했거든요
화낸것도 아니고 그냥 웃으면서
그만하라는 의미로 말한 거였어요
그랬더니 한다는 말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어~
다 그렇게 버는 거야
이러고 있어요......
하.........
뭐 엄청 멘붕올 일 겪은 건 아니라
여기 적어도 되나 싶었는데
계속 일하면서 만날 생각하니까 소름끼쳐요 ㅠ
말도 못알아듣지
눈치고 없지 기분 나쁘게 말하지
...
지ㄴ짜 신기한건 악의는 정말 정말 없어보여요
생각없이 사람 속 박박 긁는말하는게
너무 짜증나요
이외에 어록이랑 에피소드 더 있는데
손가락이 아파서 줄일게요
이제 3주차 일해가는데
호ㅐ들 한달 하다 월급들어오면
잠수타는지 알거 같애요......
저좀 위로 해주세요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