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참 밝고 명량하고 당당했는데 지금의 저는 너무 한없이
초라하기만 해요. 난 잘할 수 있다! 난 해낼 수 있어, 이건 일도 아냐! 라고 했던 저는
어디론가 가버린거 같아요.
정체성 혼란이랄까, 자존감 박탈이라고 해야 할까요. 직장은 다 그래, 장그래처럼
살아야지, 장그래도 나중엔 인정받고 훌륭한 인재가 됐잖아, 라고 생각하다가도
제가 일머리가 없어서 계속 혼나고, 옆에서 다른 사람 혼나는 거에 더 움찔하고,
윗 상사의 말에 버벅거리기나 하고, 알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라고 나오고.
당당하게, 틀려도, 이건 이렇습니다, 아님 제가 다시 한 번 알아보고 보고 드리겠습니다.가 되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못들었습니다.가 되어버리고, 들은 것도 분명 머리는 알고 있는데
상사가 물어보면 머리가 하애지고, 답도 모르겠고, 갑자기 글을 쓰니까 눈물이 나네요.
눈치만 보고, 화장실도 못갈정도로 바쁘고, 점심시간 때도 쪼개서 일을 하는데도
일은 많고, 제 역량은 한없이 부족한것만 같고 그래서 퇴사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제 자신이 너무 바보같고, 한심스럽고, 여긴 아닌거 같아서요.
사직서를 제일 윗분한테 제출한다고 하고 나오고 나서 다른 분하고의 상담에서
제가 많이 흔들렸어요.
정말 많이 흔들렸어요.
이겨낼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버틸 수나 있을까에서 할 수 있어, 난. 으로 바뀌었는데
다시 제일 윗분한테 말씀드리니 화가 많이 나셨더라구요.
여기가 놀이턴 줄 아냐고, 말 번복해서 죄송하다고 고개만 조아리고 나왔는데,
전 이제 내일부터 가시밭길이예요.
쟤는 나갈 사람, 사직서 낼뻔 했던 사람으로 낙인 찍히고 일도 못하고,
보고도 못하고, 제 자신이 이렇게 하찮은 존재였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대학교 다닐 땐 완벽주의자였고, 공부도 좋아해서 쟤는 공부를 참 좋아하고
공부에 대한 프라이드라고 해야하나, 성적을 통해 자존감 회복이 많이 됐었는데
회사에선 하도 많이 혼나니까 무기력하고 그래요.
일머리를 고치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쭉 나열해놓고, 끝내면 밑줄 치고도 했는데
나아지는 건 없더라고요.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시간은 없고 화장실도 안가면서
일은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전 그렇게 바쁘지 않은, 일도 못하는 사람으로
찍힌건 오래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다른 사람 눈치 다른 사람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전, 그냥 너무 멍청이 같고, 바보 같고,
자존감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그게 안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