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세이브가 나왔다. 오늘 경기를 스스로 평가해보자면?
작년에 이곳에 왔지만 마운드에선 던지지 않았다. 올해 처음 말로만 듣던 쿠어스필드에서 던졌는데 확실히 투수로서 마운드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볼카운트 싸움도 쉽지 않았고 볼을 던지는 것 자체도 힘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안 좋은 상황에서 잘 막았다고 생각한다.
'투수들의 무덤'이란 말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는 건가. 아니면 환경적 요인이 직접 몸으로 느껴지는 건가.
몸으로 확 와닿진 않다. 다만 모든 선수들이 '이 야구장에서 던지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하고 또 야구장에는 산소 마스크까지 있어서 예민한 선수는 신경이 쓰일 것이다. 오늘은 날씨 영향도 컸다. 날이 추웠고 대기하는 시간도 길었다.
지난해 쿠어스필드에 처음 오기 전 "장타를 맞지 않는 피칭을 해야 한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그런 부분은 의식을 했는가.
그건 아니다. 투구 패턴이나 스타일이 바뀌지는 않는다. 매 경기 장타를 조심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똑같이 생각했다.
경기 후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 세리머니를 한 뒤 오른 손가락을 살펴 보더라. 오른 검지 물집은 거의 아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물집이 피칭에 영향을 주고 있나.
아니다. 오늘따라 손가락이 유독 미끄러웠다. 그래서 손가락을 쳐다봤다. 오늘이 미국에 온 뒤로 마운드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인 것 같다. 공 던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손가락 끝에 (공 실밥이) 잘 걸리지 않았다.
올해 '선두타자 출루'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오늘도 선두타자를 누상에 내보내면서 쉽지 않은 승부를 해야 했다.
볼 카운트를 안 좋게 갔다. 결과적으로 선두타자 안타로 내보냈는데 뒤 타자들을 잘 막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두타자를 안 내보내도록 해야 한다.
데스몬드가 심판 스트라이크 콜에 항의하는 장면도 있었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꽉 차는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나는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다. 숙소에 가서 다시 영상을 봐야겠지만 확실한 건 심판의 콜은 스트라이크였다는 점이다. 타자 입장에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그것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투수 역시 스트라이크라 생각한 공이 볼로 판정되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의 헛스윙을 유도한 공은 슬라이더였다.
맞다. 느린 슬라이더였다.
최근 슬라이더 그립을 바꿨다. 스토리 경우처럼 변화구에 헛스윙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인 듯하다. 지금 슬라이더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몇 퍼센트라고 말할 순 없지만 확실한 건 초반보다는 나아졌다는 점이다. 지금도 경기 전에 많이 연습하고 있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겠다.
3-0으로 이기던 9회초 팀이 2사 만루, 추가점 찬스를 잡았다. 세이브 요건을 위해서는 추가점이 나오면 곤란해(?) 진다. 오승환 선수는 그때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는데 보통 그 상황에서는 마무리 투수로 솔직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경기는 마지막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팀이 찬스를 잡을 때는 무조건 점수가 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조금 전 상황도 마찬가지다. 팀 입장에서는 점수를 더 내야 한다. 반대로 그 상황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다음 이닝에 큰 위기가 오기 때문에 더 집중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깔끔하게 이닝을 마치는 경우가 줄었다. 그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고 있나.
아니다. 지금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안타를 맞든 볼넷을 내주든 그 주자를 점수로 연결시키지 않게 하려고 한다.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 않고 있는데 문제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느끼고 있고 또 연습하고 있다.
오늘 세이브로 빅리그 30세이브를 채웠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기록인가.
전혀 없다. 시즌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더 많은 세이브를 올리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