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은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쉬운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언론사 기자들을 모아 29세 남성을 대상으로 골밀도 진단을 하는 시연 행사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는 명백한 오진을 하였습니다. 그의 의학적 오류를 정리합니다. .
1. 건강한 20대 남성은 골밀도진단기를 사용하는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김필건 회장은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2. 50이하의 남성에게 골밀도진단기를 사용했다면 T-score는 측정이나 고려대상이 되지 않고 Z-score만 적용합니다. 그러나 김필건 회장은 두 검사치를 모두 반영했습니다. .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20대 남성이 초음파를 이용한 골밀도진단기 검사 결과 T-score와 Z-score가 각각 -4.41과 04.30이 나왔다면 이 수치는 정규분포에서 표준편차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정규분포에서 어림잡아도 하위 0.05%이내(Z-score 기준으로 정확한 계산에 의하면 0.00000853991 즉 10만분의 1 미만)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따라서 이 결과치는 검사오류일 가능성이 매우 큼을 시사합니다. 그러나 김필건 회장은 검사오류일 가능성을 배제했습니다. (T-score는 건강한 성인과 비교한 편차를 나타내고 Z-score는 동일 연령대 비교한 편차를 나타내며 +는 골밀도가 높다는 뜻이고 -는 반대로 낮다는 뜻이며 표준편차의 크기만큼 떨어진 곳에 위치함을 의미) .
4. 만일 검사오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 -4가 넘는 T-score와 Z-score의 결과는 매우 심한 골다공증 상태임을 반영합니다. 그리고 29세(만 28세)라는 나이를 감안하였을 때 다른 원인질환(스테로이드 복용, 콩팥질환, 부갑상선항진증, 다발성 골수종 및 혈액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한 2차 골다공증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김필건 회장은 T-score가 - 2.5이내일 때에 해당하는 단순한 골감소증이라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
5. 골다공증의 치료방법 중 골수보충치료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김필건 회장은 골수보충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6. 초음파를 이용한 골밀도 검사는 발 뒷꿈치 뼈인 종골(calcaneus)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입니다. 그런데 기사에 따르면 초음파골밀도기 시연 후 김필건 회장은 "발목 뒷쪽 아킬레스건을 중심으로 한 골밀도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를 했다"라고 밝혔습니다.(청년의사 기사) 골밀도 검사는 뼈를 대상으로 하는 검사입니다. .
7. 골다공증을 진단하고 골절위험을 예측하기 위하여 골밀도 검사가 더욱 빈번하게 시행되고 있지만 측정및 결과 해석방법의 다양하여 국제 임상 골밀도 학회(The International Society for Clinical Densitometry; ISCD)가 매년 골밀도 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낼 정도로 골밀도 검사는 간단치 않은 검사입니다. 그러나 김필건 회장은 "이게 보셔서 아시겠지만 무슨 어려운 게 있습니까.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내용 아닙니까"라고 주장했습니다. Ignorance is bold. .
8. 기타 - 멸균장갑(glove)을 낄 때 감염방지의 원칙을 무시하고 손으로 손가락 끝을 잡아늘리며 고무장갑 끼듯이 끼었습니다. - 멸균장갑을 낀 후에 의자/컴퓨터/키보드를 만진 후에 환자의 발을 만졌습니다. - 골밀도진단을 위해 무균상태를 유지할 필요는 없으나 장갑을 낀 손으로 환자를 접촉할 경우 다른 이물질 접촉은 삼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 적어도 공식석상에서 흉내라도 내려면 최소한 ISCD(국제 임상 골밀도 학회 - International Society of Clinical Densinometry)에서 매년 발표하는 지침(http://www.iscd.org/official-positions/2015-iscd-official-positions-adult/)을 읽어보고 나왔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러나 해석이 어려웠을 것입니다. .
9.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많은 언론 앞에서 공개시연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다른 한의사들의 수준이 어떠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
이상의 글은 내과 전문의가 아닌, 골밀도검사를 하지 않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을 적는 저는 골밀도에 대한 초보적 수준의 지식만을 갖고 있지만 (그래서 골밀도 진단기를 보유하거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 오류는 찾아낼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은 갖고 있고 이는 의사들에게 상식입니다. . 의학, 한의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간단한 것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