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처음으로 불펜에서 경기를 시작한 류현진(30·LA 다저스)의 향후 등판 계획은 아직 유동적이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적어도 마이너리그행 논의, 혹은 트레이드 논의는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류현진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에 6-3으로 앞선 6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 4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세이브를 따냈다. 2013년 MLB 데뷔 후 64번의 등판 모두 선발로 소화했던 류현진의 첫 불펜 나들이었다. 당연히 세이브도 처음이다.팀 선발진의 복잡한 사정이 색다른 경험을 만들었다. 선발 자원이 많은 다저스는 시즌 초반 사실상의 부상자 명단(DL) 돌려막기로 자원 극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마에다 겐타가 이날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옴에 따라 류현진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는 없으니 고육지책으로 선발에 준하는 이닝을 던지는 ‘1+1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이에 대해 현지 언론은 여전히 류현진의 활용 방안은 확실하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의 1+1 전략을 계속 쓸지, 혹은 2~3이닝을 던지는 롱릴리프가 될지는 향후 상황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류현진이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계속 MLB에 남을 것임은 확실해 보인다. 현지 언론도 마이너리그행 논의나 트레이드 논의는 없을 것이라 전했다.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켄 거닉은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을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는 논의는 아직 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을 인용해 류현진의 마이너리그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2012년 말 다저스와 6년 계약할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손에 넣었다. 류현진의 동의없이 마이너리그행은 불가능하다.마이너리그행은 양날의 검이다. 내려가면 좀 더 편안한 선발로 루틴을 지키며 콜업을 기다린다. 컨디션을 관리하기는 훨씬 낫다. 그러나 다저스는 선발 자원이 우글대는 팀이다. 다시 올라온다는 보장이 없다. 구단에서 약속해주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류현진으로서는 다른 투수의 부진으로 선발에 구멍이 나 불펜 생활을 조기에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트레이드 논의도 없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지역 언론인 ‘LA 타임스’는 “류현진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고, 팀은 그를 (현 시점에서는) 불펜투수로 활용하길 바라고 있다. 다만 트레이드는 팀의 투수 비축을 줄일 수 있다”라면서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저스는 선발투수들이 많기는 하지만 모두 대부분 부상 등의 이슈가 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빼면 모두 최근 1~2년 사이에 부상 문제가 있었다. 다저스는 선발들의 줄부상에 고전한 지난해의 악몽이 생생해 예비 자원을 최대한 가지고 싶어 한다. 또한 현실적으로 어깨 부상에서 막 돌아온 류현진의 트레이드 가치는 그렇게 높지 않다.
어쨌든 류현진은 팀이 원하는 방향에 따라 수고를 감수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도 “류현진이 이타적으로 팀을 위해 헌신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이날은 복귀전에서 선발승을 따낸 마에다의 날이 아닌, 류현진의 날이었다고도 치켜세웠다. 류현진도 “선수는 팀의 구상대로 따라야 한다”고 화답했다. 다만 “선발로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의 평소 화술을 고려하면 구단에 보내는 매우 강력한 메시지다. 결말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