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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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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요들의유머
추천 : 12
조회수 : 148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1/13 09:23:18
식민지 조선에 일본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상인과 문학가, 깡패, 기생 등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식민지 조선에서 더 이상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악랄하게 조선의 피를 빨았고, 일제 식민지 전략의 첨병 역할을 했다. 일본의 조선 침략은 군인들에 의해서만 이뤄진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의 ‘풀뿌리 침략’, ‘풀뿌리 식민지 지배’를 통해 유지되고 힘을 받았다.



이 책은 다양한 사료를 통해 조선 내 일본인 군상을 파헤쳤다. 그들이 일제 식민지 정책과 일본인의 조선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그들의 행동이 조선인에게는 어떻게 비쳐졌는지를 살폈다. 저자 다카사키 소지는 쓰다주쿠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 한일 근현대사를 전공한 그는 그동안 일본인의 왜곡된 한국 인식 실태 등을 연구해 왔다.  



일본 정부의 정책적 식민지 수탈은 이미 알려진 사실. 그러나 일본 서민들의 조선 약탈도 여기에 뒤지지 않았다. 초기 이민자들은 주로 조선인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벌였고, 그 횡포도 심했다. 조선인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않으면 그 사람 집 대문에 못을 박아 가두거나 사설 감옥에 구금했다. 1개월에 1∼2할의 높은 이자를 붙인 뒤 정작 기한이 다가오면 고의로 자리를 피해 변제일을 넘겼다. 나중에 이를 구실로 토지와 가옥을 약탈하기 일쑤였다. 일본 상인은 조선인을 경멸했다. 조선인 손님에 불친절했고 채무자는 종 대하듯했다. 많은 일본인이 위조화폐를 만들어 유통질서를 어지럽혔다. 이들은 조선의 경제를 우습게 여겼고 약탈과 수탈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문화적 풀뿌리 식민화는 일본 지식인, 종교인들이 앞장섰다. 1913년 조선문우회는 ‘조선개척지’라는 책을 발간해 조선사와 조선인에 대한 멸시와 편견의 글을 퍼뜨렸다. 총독부 자금을 지원받은 기독교 전도사들은 조선인에겐 내선일체를 강조하고 일본인에겐 조선에 대한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등 어용사상 전도에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고려청자 등 문화재 도굴이 끊이지 않았고, 일본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은 이를 더욱 부추겼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밥’이었다. 일본 정부는 조선의 군사·경제·문화적 지배를 위해 이민을 장려했고, 국민들은 적극 따랐다. 을사조약 체결 직후 8만3000여명이던 일본인은 1919년 34만명을 넘어섰고, 1942년에는 75만명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이민자들은 결코 식민지 조선에 섞이지 않았다. 조선인은 착취의 대상일 뿐 인격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서 일본인의 이런 태도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일본인 유지들은 사건 주모자들이 일본으로 송환되기 전 성대한 송별연을 베풀었고, 당일 인천 부두에는 일본인 환송인파가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왜 이렇게 ‘극악한’ 일본인들이 조선에 넘쳐났을까. 저자는 조선으로 이주한 일본인 대부분이 본국에서 벼랑 끝에 몰렸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조선에서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선은 놓칠 수 없는 먹잇감이요 약탈의 대상이었다. 본토 일본인보다 더 악의적으로 조선을 수탈한 것도 이 때문이다. 3·1운동 직후 일본 내 일부 지식인 사회에서 식민지배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왔을 때도 정작 조선 내 일본인 사이에선 잠잠했다. 이들은 오히려 먹이를 놓칠까 노심초사했고, 차별과 약탈의 고삐를 더욱 바짝 쥘 뿐이었다.  




조선 거주 일본인 가운데 조선에 대해 연민을 지닌 사람도 있었다. 저자는 일본인을 셋으로 구분한다. 제1유형은 일본 제국주의가 퍼뜨린 왜곡된 식민의식을 그대로 믿고 자신들의 행동이 옳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와 달리 조선에서 나고 자라 순수하게 식민지 조선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제2유형,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비판하는 사람들은 제3유형이다.  



스스로를 제3유형에 속한다고 밝힌 저자는 “두 번 다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가해자의 입장에서 보는 역사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과는 같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일본인의 조선 약탈은 숫자와 통계로만 보여질 뿐, 학교와 직장, 마을 구석구석에서 날마다 벌어지던 약탈과 차별의 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식민지 조선의 일본인들/다카사키 소지 지음/이규수 옮김/역사비평/1만2000원내용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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