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8게임(5월 26일 현재) 남았다. 이승엽(41)에게 주어진 시간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있다. 물론 그 스스로 선택한 시간이다. 이승엽이 세운 숱한 타격 기록들은 그대로 한국프로야구사의 이정표다. 5월 21일에 그려낸 KBO리그 개인통산 450호 홈런(한, 일 통산 609호) 또한 그가 한국프로야구 홈런 기록을 ‘사뿐히 즈려밟은’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속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의 저조한 성적 때문에 그의 기록이 오히려 애틋함을 자아낸다. 올 시즌 들어 삼성이 추락을 거듭하자 이승엽을 ‘조기 은퇴시키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했다.
김영덕(81) 전 삼성 감독이 최근 삼성의 몰락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삼성 구단을 바꾸려면 아깝지만 이승엽을 바로 은퇴시키고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주장은 ‘내가 만약 삼성 감독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고 말한 것이지만, ‘현실적인 대안 부재’와 ‘전설적인 당대 최고 선수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반론에 부딪혔다.
김영덕 전 감독의 견해에 대해 김인식(70) KBO 총재 특보가 강하게 반박했다.
김 특보는 최근 사석에서 만나 이승엽의 은퇴 문제와 이른바 스타급 선수들의 은퇴를 둘러싼 구단, 감독들의 행태를 싸잡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특보는 “이승엽 같은 선수는 예우를 해줘야 한다. ‘은퇴해야 한다’는 김영덕 감독이 하신 말씀은 본인이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한다고 이미 밝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방송에서도 자꾸 중계 전에 ‘은퇴, 은퇴’ 하는데, 어련히 은퇴하겠나. 너무 은퇴에 대한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특보는 “(이승엽의) 은퇴는 격식을 갖춰야 한다. 실제로 삼성에서 이승엽 보다 잘 치는 선수들이 없다. 실력이 안 되면 벤치에 앉히는 것이고, 이승엽 보다 잘 치는 선수가 없으니까 (감독이) 쓰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며 예우와 실력, 두 가지 측면을 강조했다.
한국 프로야구 판에서 자주 봐왔던, 유명 선수들이 선수생활 막판에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는데도 ‘뭉개고 버티기’를 하면서 구단과 실랑이를 벌이는 난처한 광경과 이승엽의 처지는 다르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스타들이 마지막에 가면 구단과 갈등을 빚으며 안타깝게 되는 사례가 많다. 그들이 선수생활을 연장하는 것은 구단과 ‘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감독까지 은퇴를 몰아가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들은 그 동안 그동안 팀을 위해서 뛰었고, 감독 역시 그런 선수들로 인해서 성적을 낸 것이다. 한두 해도 아니고, 오랫동안 공을 세웠던 최고의 선수는 막 밀어내면 안 된다.”
김인식 특보의 지적이 자못 신랄하다.
그는 “팀이라는 것은 상, 중, 하, 즉 베테랑과 중간 허리 급, 신진들이 서로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메이저리그처럼 돈을 들여 선수를 왕창 사와서 성적이 나면 팔아치우는 그런 식이 아니라면, 소, 장, 청(신예, 중간, 노장)이 조화 이뤄야 한다. 노장이 나가면 중간이 올라오고, 순리대로 해야 한다. 밑의 선수들이 어느 날 밀려나는 선배를 보고 ‘나도 나이를 먹으면 저렇게 되나’하는 회의에 빠질 수 있다.”는 현장 경험담도 들려줬다.
“계약을 했으면 실력이 되면 기용을 하고, 아니면 벤치에 앉히면 되는 것이다. 그 게 프로다. 그냥 밀어내려면 계약을 하지 말아야지. 계약을 했으면 ‘우리 선수’인 것이다. ‘은퇴시키라’는 말은 쉽지만 감독 자리에 앉아 있으면, 이승엽 보다 나은 선수가 없는데 출장시키는 게 당연하다.”
김 특보는 다만 이승엽의 은퇴문제와는 별개로 막판에 ‘뭉개는’ 스타급 선수들에 대해서는 일본의 경우를 들어 ‘쓴 소리’를 던졌다.
“우리는 돈 많이 받는 선수들에게 관두고 코치를 하라고 하면, 받던 돈 차이가 너무 나 꺼리게 된다. 일본은 메이저리그에서 이를테면 300만 달러(30억 원)를 받던 애가 일본으로 돌아와 재기하려고 일 년 계약으로 5000만 엔이라도 받고 한다. 그런 사례가 많다. 미국에 갔다 왔다고 걔들은 그렇게 많이 안 준다. 그런 선수들은 캠프서도 앞장서서 뛴다. 솔선수범으로 열심히 한다. 그렇게 독한 면이 있다. 일본의 나이 먹은 애들은 그러다 안 되면 관둔다.”
“일본 선수들과는 달리 우리 선수들은 많이 받다가 확 깎이니까, 아등바등 더 하려고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7억 원이나 받던 선수한테 ‘3000, 5000만 원 받고 해라’ 그러면 ‘나를 무시해?’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우리 선수들이 사회에 나가서 실패하는 이유가 중고교 시절에 수업에 들어가 눈치껏 배우고, 사회성을 길러 상식선에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200, 300만 원 받으면 거기에 맞춰 생활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도 스타인줄 착각한다. 그러다가 사고가 난다.”
열심히 해서 실력대로 더 받겠다는 각오는 하지 않는 게 엄연한 실정이다. 깜냥을 모른다는 뜻이다.
김 특보는 “그런 걸 감독, 코치, 구단이 가르쳐야한다. 보이지 않게 서서히. 그게 창피한 것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욕망으로 뒤틀린 프로야구 판이 바로 서는 길을 그는 제시하고 있다. 스타급 선수의 은퇴와 뒤처리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준 김인식 특보의 조언과 충고다.
출처 | http://v.sports.media.daum.net/v/201705261128485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