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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227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핀
추천 : 1
조회수 : 1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12 13: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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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하나는 흔한 말로 일 중독이었다. 이제 막 30대 초반인 그녀의 나이에 이 정도의 위치에 올랐다는 것 자체로 어느 정도 증명이 될 수 있겠지만 하나는 일에 있어서 완벽 주의자였고 스스로 일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즐겁다고 생각했기에 누구보다 자신의 업무에 열중했다. 회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사실 자기 만족의 측면이 더 강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그녀는 그야 말로 일밖에 모르는 일 벌레가 맞았다.

그렇게 어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꼈던 그녀였지만, 한국에서 지낸 2년의 시간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해온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는 한국 사람이라는 그녀의 정체성에 더해져 묘한 매력을 불러왔고 그 매력은 이내 한국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강한 갈망이 되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한국 지사장을 교체한다는 공고가 있었을 때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었다.

그러나 보통의 환상이 그러하듯 그녀가 평소 생각하던 한국문화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가장 느껴 보고 싶었던 그 ‘정’이라는 감정은 그녀에게는 ‘불합리’로 느껴질 때가 더 많았고 특히 업무에 있어서는 완벽주의자인 그녀에게 그 ‘불합리’는 참 불편했다.

그렇게 조금씩 지쳐갈 때쯤 하나는 바다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나에게 바다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중요한 부분의 차지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바닷가에 살기도 했고, 늘 마음이 복잡할 때면 찾는 곳이 바다였다.

하나는 바다가 주는 그 무한한 평온함에 매료되었고 늘 무언가 생각할 것이 있거나 자신의 힘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힐 때 항상 바다를 찾았다.

특히 가슴 아픈 일이 있을 때 면 뜨거운 커피 한잔을 들고 모래사장에 앉아 파도소리를 들으며 수평선을 바라보곤 했다.

해변에 가만히 앉아서 그 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마음에 자리잡은 여러 가지 비관적인 느낌들을 지워내는데 효과적이었다. 특히 그 느낌들이 오랫동안 박혀있는 가시처럼 매 순간 심장이 고동칠 때마다 자신을 괴롭히는 그런 종류의 것들이라면 바다는 정말 특효약이라 할만했다.

특히 해질녘의 바닷가는 정말 최고였다. 넓게 펼쳐진 하늘에 감히 인공으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신비로운 색으로 그려낸 구름과 노을의 조화는 머리 속에 자꾸만 그려지는 암울한 그림들을 지워주기에 충분했고,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의 잔잔한 소리들은 마치 한없이 자유로운 재즈의 선율처럼 귓가에 맴돌며 자신을 괴롭히던 여러 목소리들을 잊게 해주었다.

거기에 최고급 쇼파 보다 더 안락한 모래사장은 자꾸만 움츠려지던 어깨를 활짝 펼 수 있게 도와주는 데 완벽했다. 하나는 이런 최상의 테라피를 단지 몇 달러의 차비만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시드니에 사는 장점 중 제일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주말에 몇 번 유명하다던 해변들을 찾아 봤지만 오고 가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잠시 찾아 여유를 가지기엔 어려움이 있었다.

 

하나는 e메일에 자동 회신을 설정하고 정리된 책상 위를 훑어 보았다. 이 번 휴가에서는 정말 모두 내려 놓고 휴식만 하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 했지만 막상 노트북을 두고 가려니 마음 한 켠이 계속 찜찜했다. 한동안 노트북을 바라보다 다시 생각을 굳히며 혼자 중얼거렸다.

“그래 확실하게 충전해서 오는 것도 일이야”

 

하나는 여행 중 사용할 몇 가지 화장품과 간단한 옷가지들을 사려고 면세점으로 향했다.

지난 밤에 짐을 꾸리며 여행용으로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닫고, ‘참 재미 없게도 살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시청을 지나 면세점 주차장에 들어서자 며칠째 어둡게 찡그리고 있던 하늘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빗방울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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