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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freeboard_12261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호핀
추천 : 0
조회수 : 14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1/11 12: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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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하나는 회사 앞 자주 가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간단한 점심거리와 커피한잔을 포장해 사무실로 올라왔다. 처음 한국으로 발령받고 있었던 몇몇 공식적인 회식자리를 제외하고 하나는 직원들과 함께 식사할 자리가 많지 않았다. 말단 신입들과 나이대가 비슷한 하나에게 먼저 식사제의를 하는 주변 직원이 없었고 하나 역시 굳이 자리를 내어 서로 불편한 점심을 하기보단 혼자 해결하는 게 더 편했다.

하나는 포장해온 샌드위치를 키보드 아래 펼쳐두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인터넷 포탈에 접속했다.

플로리다에서 출항해 리오 그란데를 거쳐 LA로 회항하는 이번 크루즈 여행에는 하나가 그 동안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남미의 여러 항구 도시들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각 나라에 대한 사전 정보를 검색해볼 요량이었다.

포탈 홈 페이지에는 아침부터 뉴스에서 떠들던 그 태풍에 관한 기사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필리핀 동남쪽 어딘가에서 발생한 태풍이 무역풍을 따라 서서히 서북서 방향으로 진행 중이고 일반적인 그 동안의 태풍에 비해 그 진행 속도가 매우 느리고 해면의 수온 상승으로 그 위력이 감소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하나는 사실 태풍이 한국으로 상륙할지 말지 피해가 얼마나 예상될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항상 자신이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스스로 그 지식을 통해 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온 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냉정할 정도로 일부러 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습관이 있었다.

하나의 관심은 오직 내일 미국 행 비행기가 결항할지 말지에 관한 것이었다.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비행 스케줄과 공지사항 등을 검색하고 별 이상이 없음을 확인 한 뒤 하나는 브라질, 리오 데 자네이루를 검색했다.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사무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무렵 정주임이 하나 방의 문을 열며 들어왔다.

 

“지사장님 에어컨 이상 있다고 하셔서요, 잠시 점검 좀 해도 될까요?”

 

지난주부터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아 점검을 지시했던 에어컨을 한달 간 떠나는 휴가 하루 전에 점검하겠다고 하는 정주임의 얼굴을 보자 하나는 짜증이 밀려왔다.

 

“주임님, 지난주에 지시한 건데 이제서야 전달이 되었나 봐요? 내일부터 한달 간 사무실 비우니 내일 하시죠?”

 

나이가 하나보다는 2~30살은 더 되어 보이는 정주임에게 하나는 비꼬듯이 얘기 했다.

정주임은 사소한 전등교체부터 사무실 파티션 재 배치 전기 관련 수리 등등 사무실내 온갖 잡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주임이 맞고 있는 애매한 업무도 업무이지만 이런 사람이 하청이 아닌 정식 직원이라는 것이 하나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고 늘 똑 부러지는 성격인 하나는 그런 정주임이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부임하자 마자 인원 감축을 지시하여 조직에 불안함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놔 두고 있었다.

 

“아 지사장님, 저도 내일부터 얼마간 휴가여서… 그럼 나중에 지사장님 퇴근하시면 손 봐 놓겠습니다.”

 

하나는 매일 하는 일도 없이 휴가를 어떻게 갈까? 하는 조소 섞인 눈빛으로 정주임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네,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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