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대단한 업적을 이루었다. 누구도 그 성과를 폄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변화하지 않음으로 자신이 부정당하는 결과를 받아안았다 그의 야구 흔히 투혼이라 부르지만 사실 그 속에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독불장군 스타일의 꼰대 기질이 버티고 있다. 과거 건설독재를 떠올리게한다 속도전과 무자비한 밀어부침. 군인정신으로 표상되던 박정희의 개발 논리와 닮았다. 그 시대에는 그것이 미덕이었을 지도 모른다 가난과 굶주림은 개인의 자유보다는 집단의 희생에 따르자는 정신을 어느 정도 정당화할 수 있었다 그 무자비한 건설 논리 때문에 노동자는 탄압 받고 죽어나갔다. 그건 명백한 잘못이다. 하지만 그 시대는 그것을 강요했고 은근히 지지 했다. 하지만 세대가 여러 번 교체된 이 시기에 그런 정신을 강요한다면 그게 통할 것인가? 모든 것은 변하고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무쇠도 녹이 슨다. 인간도 세상의 물질일 뿐이다. 인간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변해야 한다 과거를 부여잡고 변화를 거스르며 발버둥친다면 자연은 그를 도태시킨다 모든 진화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 변하지 않는 종은 결국 절멸한다 박물관 목록에 자리가 마련될 뿐이다. 김성근 그는 훌룽한 감독이었다 하지만 진화를 거부함으로써 역사의 뒷길로 사라진다. 흔히 우리는 꼰대라는 말을 쓴다. 그 말 속에는 수만 년을 이어온 인간 진화의 노파심이 도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