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사상사 펴냄, 9000원 〈대한민국 다큐멘터리〉는 한국사회의 망령들과 싸워온 한 ‘독립기자’의 종군기다. 그동안 〈시민의 신문〉, 월간 〈말〉 등 대안매체에 기사를 실어온 지은이는 때로는 쓰레기통을 뒤지는 넝마주이처럼, 때로는 범죄 단서를 쫓는 강력계 형사처럼 현장을 찾아다니고 사료를 모아 밝혀낸 ‘대한민국사’의 진실을 책 속에 담았다. 조선일보와의 명예소송 5년전쟁 과정에서 수행한 현대사 공부가 든든한 밑천이었다.
지은이는 책에서 사학계의 태두라 일컬어지는 이병도가 실은 친일 역사학자이며, 그 ‘정체성’을 드러낸 결정적 증거로 “천하가 다 아는 친일파”였던 김창룡의 비명을 썼다는 사실을 든다. 지난해 4월 시작된 그의 역사기행의 출발지점은 처음 묘비가 세워졌던 관악산 기슭이었고, 중간기착지는 김창룡의 묘지가 이장된 대전 국립현충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충남 금산군 추부면에서 ‘죽어서도 편치 못한’ 친일파의 묘비를 발견했다고 한다. 깨어진 채 나뒹굴던 묘비에는 “(김창룡은) 죽었으나 그 흘린 피는 전투에 흘린 그 이상의 고귀한 피였고 그 혼은 기리 호국의 신이 될 것이다”라고 새겨져 있었다.
〈대한민국 …〉은 지배 엘리트의 과거 행적에 대한 ‘잘못 주입된 기억’을 바로잡는다. “이완용의 친척 되는 이병도 박사가 (친일의 증거라 할 이완용의) 관 뚜껑을 가져가 태워버렸다”는 박순호 전 원광대 박물관장의 증언이나, 방응모가 백범 김구의 한독당에서 재정부장을 맡았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을 뒤엎어버리는 ‘진짜 한독당 재정부장’ 신창균의 육성은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경구를 되새기게 한다. 책 속에는 이 밖에도 〈친일인명사전〉에 반대했던 국사편찬위원들의 회의록, 색깔논쟁을 끊임없이 벌이는 〈월간조선〉의 ‘비상식적’ 행태 등이 함께 담겼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