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책임자 수기대사 세계지성사의 위인"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 "서양 에라스무스보다 훨씬 탁월한 학자"
"고려대장경의 책임자인 수기 대사는 '고대 문헌비평의 아버지'로 불리는 에라스무스보다 훨씬 탁월하고 뛰어난 학자입니다."
세계적 한국학의 권위자인 로버트 버스웰 미국 로스앤젤리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대장경세계문화축전 국제학술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에라스무스의 신약 편집본은 기술상 문제로 신뢰성을 잃은 반면, 수기 대사는 현대 기준으로 봐도 대단하고 우수하다"고 밝혔다.
버스웰 교수는 "에라스무스보다 200년이나 앞선 수기 대사는 문헌비평의 선구자"라며 "수기 대사야 말로 한국 지성사를 넘어 전 세계 지성사를 통틀어 최고의 업적을 이룬 인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기 대사는 자시만의 교감원칙을 적용하면서도 융통성과 직관을 발휘해 서양 문헌비평가들이 초기에 범하기 쉬웠던 오류를 피했다"며 "서양의 문헌비평가들이 성서 교정판을 출간하면서 발생했던 문제들을 이미 수 백 년 전에 피했다는 점에서 더욱 위대하다"고 평가했다.
버스웰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0년간 서양학계에서 발전된 문헌비평의 원칙 중에서 수기 대사는 일관성 있게 '내부 확률' 방식을 따랐다. 즉, 가장 맥락에 잘 맞는 독법을 채택한 것이다. 때로는 '추측성 교정'에 가까운 해석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경우에도 항상 후대에게 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경고를 달았다.
수기 대사는 총 30권으로 이뤄진 '고려국신조대상교정별록'이라는 기록을 남겨 수천 개의 경전의 다양한 판본들을 어떻게 수집·교감해 결과물을 냈는지와 대장경 제작 전 과정을 후대에 남겼다.
그러나 수기 대사라는 인물에 대해선 팔만대장경 교감에서 한 역할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버스웰 교수는 "수기 대사에 대한 인물정보가 별로 없어 앞으로도 신비한 인물로 남아 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