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우롱당하고 있다는 느낌은 정말이지 수치스러웠다. 우습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물론 관능의 유희에 빠져 살아갈 수도 있었고, 영원한 여성 이브의 품에서 젖을 빨며 살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갖가지 향락은 얻을지언정 인생의 무상함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 마치 숲 속에서 자라는 버섯처럼 오늘은 아름다운 색깔을 뽐내다가 내일이면 썩어 없어지리라. 자신을 방어하며 작업실에 틀어박혀 이 덧없는 인생에 하나의 기념비를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러면 인생은 포기하고 불멸의 것에 봉사하는 하나의 도구 노릇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삶의 자유를, 삶의 충만함과 쾌락을 잃고 말 것이다. 스승 니클라우스의 일생이 그러했듯이.
그렇다. 모든 사람의 삶은 양자택일에 의해 분열되지 않을 때에만 의미를 잃지 않는 것이다! 인생을 대가로 지불하지 않는 창작, 창조의 숭고함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 그것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p.370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부분이라 함께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싶어 옮겨봅니다. 이런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