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젊은 시절 데모도 많이 나가시고 정치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전혀 바뀐 게 없는 세상을 보고 중립적인 성향으로 돌아서신 분이시다
아빠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나도 시위를 종종 나가고 정치에 관심을 꽤 갖는 편인데
그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아빠가 엄청 나무라신다
어차피 그런데 나가봤자 내 몸만 상하고 바뀌는 건 없다고..
얼마전 식사 시간에 ㄹ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나를 보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그렇게 편향적인 시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못한 걸 까더라도 제대로 알고 까고 잘한 건 인정해줘야 한다고..
그래서 내가 말했다
"그래서 ㄹ혜가 잘한게 뭔데?"
식사 시간이 끝날 때까지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만 청명하게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