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고향집 대전에서 삶이나 연장할것이지 굳이 서울까지 기어올라와서 객기부리다가 계절학기 2강의랑 월토 저녁알바를 벌려놔서 현재 헬게이트를 여느라 멘탈이 출타해 음슴체로 가겠음
군대에 있을 때 본인은 급양(취사)병이었음. 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공군은 일반병으로 입대할 경우 보직을 정하기 전에 특기시험이라고 아이큐테스트 비스무리한 시험을 봄(타군도 하는지 잘 모름 ㅠ)
지금 생각하면 자다가 이불을 발로 차서 천장 너머 하늘에서 오리털 비가 되어 떨어지게 만들정도로 중2병 스러운 생각이었지만 당시 난 내가 공부를 안해서 그랬지 머리하나는 꽤나 좋거등 하는 확신이 있었음(근데 바로옆에 SKY에 유학생에;; 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시험을 보는데 감독관이 시간 모자랄거다 모자라다고 남은 문제 찍지마라. 틀리면 0점이 아니라 -1점이 되는 문제들도 있다 이런 소리를 하는거임 청순한 생각의 두께만큼 나의 귀도 참 얇았기 때문에 풀지 못한 문제들을 그냥 넘기고 말았음. 생각하면 할수록 빡치는게 애초에 특기시험이 제한시간안에 문제를 다 풀으라고 내는 문제가 아님;; 그래서 나는 거의 30%에 가까운 문제를 찍지도 않고 그냥 내버림;;;; 하......
뭐 사실 남은 문제를 찍었다고 해도 보직은 바뀌지 않았을거라 생각하지만, 여튼 나는 그래서 급양 특기를 받았음. 그렇게 특기교육 받고 자대에 배치받고 선임들을 만남 다행히도 내가 간 대대는 레알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한 생활관문화를 가졌다고 해도 믿을만큼 좋았음 식당이란게 워낙 경직된 조직이라 일터에서의 작업분배는 꽤나 수직적이었지만, 내가 당시 들었던 사회에 존재하는 요식업계의 조직에 비하면 정말 괜찮았음
그래도 급양은 급양인지라 매일 800명이 이용하는 식판을 설거지장에서 맞선임과 노래방에서도 못할 볼륨의 멱을 따면서(그때부턴가 나는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던것 같음) 철수세미로 식판을 긁어댔음. (유툽에 돌아다니는 급양병의 하루에 나오는거 레알임;; 저러는게 낙이었음)
그 후 시간이 지나가고 히말라야 영화포스터에 나오는 황정민의 얼굴로 후임을 하나하나 영접하다보니 나의 짬이 천천히 축적되고 난 어느새 설거지장에서 후임이 지르는 신음에 알토 화음을 넣으면서 식판을 닦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음.
본인은 대략 이스터섬에 모아이마냥 조각미남은 아닌데 뭔가 조각해서 나온듯한 얼굴을 가지고 있으므로 여기서 모아이라 칭하겠음
어느날 오후팀 출근이라 낮잠을 자고 있을 때였음. 전역하고 동아리행사에 참석해 여후배들이랑 히히덕거리는 꿈을 꾸다가 살짝 깨어나 밀려오는 나에 대한 한심함과 절망을 뒤로 한 채 다시 꿈으로 돌아가려고 발버둥을 치던중 선임 한명이 내 건너편에서 자고있던 내 맞후임을 조용히 깨우는 듯한 그런 기운이 들었음
'야 야 일어나. 지금 이동배식차가 전복됐대...... 미안한데 아래서부터 딱 너까지는 지금 출근해야할것같다;;'
이동배식이 전복되었다는 말에 나는 속으로 그냥 잠결에 헛소리 들은 거겠지 나는 그냥 동아리에서 기타치다가 폰으로 페북에서 고통받는 후임의 하소연을 본 걸꺼야....... 하면서 꿈속으로 돌아가기 위한 싸움을 재개했음. 사실 이때까지는 진짜 이게 전복된건지 생각도 못했음. 잠결에 들은거기도 했고 워낙 상상이 안되는 엄청난 일이었으니까;;
참고로 부대 규모가 커지면 상시근무를 해야하는 대대들의 병사들은 식당에 올 시간이 없어서 식당에서 이동배식을 보내줌. 이동배식은 근무 교대시간에 배달이 되어 근무하는 병사들이 밥을 먹고 바로 교대가 이루어짐 그만큼 시간이 꽤나 촉박해서 딱딱 맞춰서 진행해야 하는데 망할 식당하고 이동배식을 받는 대대들간에 스케쥴 조절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통해서 식당 포함 이동배식에 관련된 당사자들은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하는 일이 자기보다 혹은 상대보다 높은 계급의 상급자한테 가서 일러바치는게 다였음;; 그래서 맨날 지휘관 지시로 어디 먼저 가라 언제 출발해라 1달이 멀다하고 바뀜. 그만큼 이동배식은 부대간에 민감하고 온갖 정치와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문제였음(근데 대부분은 그냥 식당에서 질질끌어서 문제가 발생하는게 함정;; 죄송합니다 헌병여러분)
여튼 꿈으로 돌아가려는 1시간(레알;)가량의 싸움이 결국 자괴감과 절망으로 끝난 후, 화장실 가려고 생활관 복도로 나왔는데 복도 한쪽 코너에 오랜 덕질로 많은 덕력을 쌓으시고 많은 어록과 전설(이분에 관한 에피소드는 나중에 따로 작성할 예정임. 기대는 말고 ㅋ)을 남긴 한 선임이 마치 휴가 나갔다가 PMP에 넣어가지고 온 애니파일이 인코딩을 안한 영상이었던것마냥 정신나간 표정으로 타대대쪽 복도를 바라보고 계셨다. 내가 ??? 하는 표정으로 '짱짱맨 병장(선임 별명)님 왜그러십니까?' 했더니 '모아이야 저기봐' 하시는거임 타대대쪽 복도를 봤는데 강력한 탄내와 함께 천장에 까만 연기가 흐물흐물거리고 있었음;;
알고보니 누가 엠피쓰리를 충전중인 상태로 배게밑에 넣어놨던게 타버린거임;; 그것때문에 소방중대 오고 뒤처리해야 한다고 우린 생활관에서 쫒겨남 어이도 없고 갈데도 없어서 출근도 미리 할 겸 식당으로 가는데 내 맞은편에서 자다가 끌려나간 맞후임이 내가 설거지장에서 멱을 딸때나 쓰던 표정으로 이동배식통을 들고 트럭에서 내리는 거임; 이동배식차는 레알 전복되었고 내 맞후 아래로 전부 차출되서 뒷수습을 하러 나간거였음 당연히 이동배식 받아먹어야 하는 대대원들은 점심 못먹음;;
그때 내 머리속에는 그나마 얼마 안되는 짬이 모이고 모여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한 새로운 인과관계를 내 머리속에 각인시켜줬음 그랬음. 오늘부터 일주일간 우리는 오후 쉬는 시간이든 저녁 점호시간이든 전지전능하신 지휘관이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나 중간 간부들의 안전교육을 받아야 했음 사실 우리가 괴로운것보다 간부들이 더 괴로웠을 것임. 다만 간부들의 괴로움은 따스한 사랑의 교육을 통해 우리에게 전가되겠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난 재빨리 휴가표를 확인했음 하.......
내일 휴가네? 그리고 나감 ㅋ 신의 아들이란 소리와 쟤 휴가 미뤄버리고 내가 나갈까 하는 흠좀무한 선임의 농담을 들으면서 그날도 난 멱을 따며 식판을 긁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