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602491.html
뉴라이트 교과서 ‘포털 인용’ 실태
포털 사진에 자의적 해석…왜곡 우려
인용사진과 원본 지명표기 다르기도
“기본도 안갖춘 교과서 통과시킨 셈”
뉴라이트 성향의 한국사 교과서(교학사)가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이어 게재 자료의 상당수를 포털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교과서에 나오는 사진의 58.3%(327개)가 포털사이트에서 인용됐는데, 구체적인 출처 없이 포털사이트 이름만 밝혀놓아 진위 여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그나마 구체적인 출처를 밝힌 자료들도 부정확한 그림을 쓰거나 통계 숫자를 임의로 조작하는 등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검증된 원본 자료를 충분히 찾을 수 있는데도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자료를 인용한 경우다. 한국 정부가 1952년 발표한 ‘인접 해안의 주관에 관한 대통령 선언’(이승만 평화선)을 소개하는 교과서의 그림(355쪽)은 ‘독도본부’라는 민간 누리집을 출처라고 밝혔는데, 같은 그림은 정부 기관인 국가기록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게다가 교과서가 인용한 그림은 한반도의 형태와 지명 표기 등에서 원본과 상당히 달라 도저히 같은 기록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교과서가 충남의 한 교회 누리집을 출처로 인용한 제주 4·3사건 관련 사진(305쪽)에서 저자는 “제주 4·3사건 때 군경의 설득으로 하산하여 심문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하지만 원본인 미국 국립기록관리청 자료는 ‘설득’이란 표현 없이 “심문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이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자의적 해석으로 당시 상황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대목이다.
하와이 이주 한인사를 소개하며 출처를 ‘구글’로 밝힌 사진(366쪽)에는 “결혼식 피로연을 벌이는 초기 하와이 이민”이라는 설명을 붙여놨는데, 원저작자인 미주중앙방송은 “피로연을 갖는 듯한”이라고 쓰고 있다. 원저작자도 정확히 모르는 내용을 마치 교과서 저자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처럼 단정적 설명을 붙인 것이다.
출처를 밝힌 자료의 수치 등이 원자료와 다른 경우도 있다. 이 교과서에 나온 한국의 평화유지군 참여 관련 표(362쪽)는 외교통상부 자료라고 설명했는데, 확인 결과 원자료와 기준 연도가 서로 달랐다. 이 표와 함께 제시한 그래프 역시 외교부 자료라는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유엔(UN) 자료였다. 유엔 원자료에서 한국군 파견 인원은 637명으로 나와 있는데, 교과서에 실린 그래프에는 639명으로 고쳐져 있다. 이는 함께 실린 표의 한국군 파견 인원과 맞추느라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료를 찾지 않고 재인용했으면서 원자료 표기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도면회 대전대 교수(역사문화학과)는 “교과서 저술은 자료 인용을 위해 원저작권자를 찾는 데 밤을 새우는 경우도 있을 만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 교과서는 매우 급하게 만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교육부(국사편찬위원회)가 기본도 갖추지 못한 교수들의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켜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의위원회 하우봉 위원장(전북대 교수)은 “검토보고서를 모두 (국사편찬위에) 제출했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