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디시인사이드 스타크래프트 갤러리
원작자; kidovelist
1.
마침내 MSL 결승전이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협상 소식을 아는 팬들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데,
갑자기 뚜벅뚜벅 걸어나온 이승원 해설이 마이크를 잡는다.
"여러분! MSL을 사랑해주시는, 모든 팬 여러분!"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다.
눈시울이 붉어진 이 해설의 얼굴이 환히 웃고 있었다.
"그레텍과의 협상이 성공리에 체결되었음을 여기 계신 모든 분께, 기쁨으로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좌중을 침묵이 휩쓸었다가, 이윽고 탄성이 터진다.
와중 뒤편 대형 스크린이 빛나며 벌레먹은 사과모양이 떠오른다.
애플! 그리 탄식하는 팬들에게 이승원 해설은 마이크를 높이 든다.
"다음 리그의 주최자는 애플! 애플 코리아배 MSL에도 많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박수를 치고 환호하는 팬들.
신명이 난 이승원은 "그럼 저도 춤을 춰 보이겠습니다!"라며 스핀헤드를 돌기 시작한다.
쓰러지지 않고 계속 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뱅글
2.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의 마지막 진출자는!"
쩌렁쩌렁 퍼지는 전용준 캐스터의 고함이 환호의 장막을 찢었다.
"테란의 마지막 보스! 최종병기를 상대로!"
저주처럼 새겨진 3:0의 스코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영호는 이내 고개를 숙인다. 셧아웃, 그 한 단어를 되뇌는 열아홉 소년의 목소리에 울음이 배었다. 지난 MSL의 우승자, Kespa 랭킹의 압도적인 1위, 바야흐로 한 시대의 최강자로서 군림하는 이영호가 숙인 고개는 굴욕과 패배와 절망의 총합으로 다가들었다. 반대편 부스서 일어서 뛰쳐나오는 축은 윤용태다. 환하게 웃어 보인 그가 손을 번쩍 치켜들자, 온 좌중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일었다.
"삼대 영! 영대 삼의 압도적인 스코어를 거둔!"
마지막 프로토스. 프로토스의 희망. 김택용도 송병구도 쓰러져 영영 일어나지 못하는 와중 전승으로 결승에 오른 프로토스 게이머의 위용은,
"윤! 용! 태!"
당차고도, 위대하다.
"울지 않겠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마이크가 다가오자 그는 질문도 듣지 않고 소리쳤다.
"좀 더 높은 자리에 가서, 그 때 울겠습니다!"
다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윤용태를 연호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울먹 웃어보인 그가 무대 위에 올랐다.
"그러면 저를 사랑해 주시는 팬 여러분을 위해서 춤을 한 번 춰 보겠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윤용태는 능숙한 몸놀림으로 비보잉을 하다가 이내 해드스핀을 돌기 시작한다. 십분이 지나도, 이십분이 지나도 멈출 줄을 모르고 계속 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빙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