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들이 출근하고 학생들이 등교하는 아침 시간.
건너편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2~3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꼬마가 소리쳤다.
"성준아, 너 메르스 걸렸다며~~~?"
하고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아주 큰 소리로 말이다.
나는 화들짝 놀라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삼거리 큰 길 위에서 내려오고 있던 그 또래 친구도 대답한다.
"어우야아아~~~~ 누가 그래?"
둘은 서로를 툭툭치고 낄낄대며 함께 학교로 향했다.
그 뒤 이야기들은 오고 가는 차들의 소음 때문에 듣지 못했다.
메르스에 걸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는 않을 테니 저들의 대화는 그 나이에 맞는 단순한 대화일 뿐이리라.
아무 걱정 없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일상이지만 한편으로는 섬뜩하다.
다름 아닌 국가가, 많은 어른들이 저 아이들처럼 걱정 없는 말과 행동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으로 따지자면,
우리 동네 저 초딩도 처벌해야 한다.
허위 사실 유포죄로.
친구는 메르스에 걸리지 않았는데 온 동네 사람들 다 듣도록 걸렸다고 큰소리로 말했으니까
말 그대로 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하지 않았는가.
정부의 늑장 대응 때문에, 무능력 때문에 온 나라가 병드는 것 같다.
이런 지랄 옘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