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가 두려운 아재입니다.
처음 글을 남긴게 2월 이었는데, 그때 사실 게임 만든 거 홍보하려고 올렸다가 바로 삭제 되었어요.
그래서 참 어렵다는 생각에 눈팅만 했습니다.
갑자기 뭔 깡으로 글을 쓰냐면,
어제 군요. 제가 좀 잘했다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래서 많이 못 들어 본 칭찬 좀 받아 보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제 소개를 먼저 하자면..
전 1년 동안 개발 삽질을 하고 있는 개발자(?) 겸 게임 기획자입니다.
개발자라고 하기엔, 정말 개의 발과 같은 코딩 실력이라서랍니다.
게임 기획만 8년 넘게 하다가 올해 초 개발을 배워, 게임 하나 만들어 놓었습니다.
깊게 들어가자면,
전 나이가 좀 있는 모바일 게임 기획자입니다.
열심히 일했습니다. 8년 넘게, 정말로요. 열심히 했다는 것엔 좀 자부심있어요 ^^;;
모바일에 있으면서도(개발 기간이 온라인에 비해 짧고 피처폰 부터 시작해서 게임은 많이 냈죠)
이렇다할 게임이 안나오는 상태에서 작년에 11월 30일에 퇴사됐습니다.
히트작 없는 나이 먹은 게임 기획자인 저에게 가장 힘든 건 직장이 없다가 아니었습니다.
앞이 막막한 게 이제 뭘 먹고 살지가 아니라, 더는 게임을 못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무서웠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불면증도 생겼고요.
나 정말 게임 좋아하거든요. 강백호가 농구 좋아하는 것 만큼.
기획자로 스타트업이든 어디든 그저 써주는 곳이 있으면 가고 싶었어요.
거짓말 같이 아무데서도 연락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나름 결의를 다졌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코딩을 배우기로 했어요.
3개월 동안 평균 하루 3시간 정도 잔 것 같네요.
void Update()가 뭐하는 씨부엉인지..
코드 한줄 한줄 구글링하고 영문 번역하고..
똥멍청이라고 자기 혐오도 많이 하고..
그래도 꾸역꾸역 하니까. 캐릭터가 움직이고..
컨트롤도 되고.. 광고도 붙여 보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되게 재미 있더라구요.
최고령으로 게임 잼 행사도 나가고..
여튼 배워 보려고 애쓰더니!
그렇게 3개월만에 내 게임이 나왔어요.
내 인생 가장 안습인 시기에,
나온 게임은 제 상태와는 전혀 다르게 좀 많이 약(?)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죠..
엄청 기쁘더라구요. 내 게임을 하면서 사람들이 웃고 즐거워 하니까요.
내가 아주 똥멍청이는 아님을 증명한 것 같았어요.
신기하게도 게임을 출시하고 나서야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면접 제의가 왔고 다시 기획자로 취업할 수 있었죠.
그렇게 전 개발도 해본 기획자가 되었습니다.
요즘 기획자 지망생 한테는 흔한 스펙이지만, 제게는 좀 되게 뿌듯한 스펙이었죠.
이슈가 되는 것 같아서 돈을 좀 벌 줄 알았어요. 하지만 그 게임은 돈을 정말 못 번답니다.
좀 웃겨 보자고 한 것만 가득하고 그게 휘발성이 강해서 유저들이 한번 하고 떠나죠.
너무 잘 알았습니다. 만들 당시에는 기술력이 갓 학원 마친 사람 보다 못했으니까요.
꼴에 유료 버전을 내서 지인들에게 강매했죠.
제 강매의 끝은 인디 게임 모임에 오셨던 김광진 의원님도 계십니다.
국회의원에게 강매한 게임 개발자는 저 말고 없을지도요.
그것도 해보지 않은 게임에 별 5개까지 몰래 남긴;;
다행히 환불 안하셨어요. 좋은 분입니다. ㅋㅋㅋ
한달 뒤 첫 매출이 구글 개발자 센터에 잡혔습니다. 그 고생하고 번 돈을 쉽게 쓰기 어렵더라구요.
즉흥적으로 좋은데 쓰고 싶었습니다.
처음 기부는 세월호 기억의 숲에 사비로 기부했습니다.
좀 간질간질하면서 입꼬리 올라가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이 게임 덕분에 직장도 얻었고, 기부도 해서 기분 좋고. 그리고 한 달 후 입금이 됐는데,
구글 개발자 센터에는 수수료를 제하지 않은 금액이 잡히는 거더라구요..
수수료를 계산 못했습니다. 기부액이 매출 보다 더 컸죠.
말이 거창해 기부지, 되게 작은 금액이에요. 수수료 계산을 못해 매출의 150% 기부를 하게 되었지만,
좋더라구요. 내 회사에 작은 에피소드 하나 생기는 것 같고..
다음 부턴 수수료를 잘 계산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
그리고 어제 통장을 확인해 보니, 48790원이 있었습니다.
이 금액이 그 게임이 1년동안 벌어드린 수익입니다. 광고 수익이 좀 있지만, 100달러가 되어야 입금 받거든요.
현재 19달러라 어찌 하질 못하네요 ㅎㅎ
어제 이 돈을 몽땅 썼습니다.
그저께 너무 가슴이 답답한 뉴스가 있었죠.
아마 많은 분들이 분통하셨을거에요. 뭐라도 해야 싶더라구요.
그래서 나눔의 집에서 추진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추모관 건립"에 벽돌 한장이라도 되자고 보냈습니다.
(소득세나 법인세 감면은 안 받을 겁니다)
금액이 작지만, 제가 진심을 다했던 게임이 1년동안 제게 준 매출입니다.
보통 기부하시는 분들의 기부금과 정말 비교도 안되는 작은 금액이지만,
매출 100%기부면 근사하다고 해주세요 ^^//
더 벌면 더 할 거거든요! 이 게임은 지금 산소 호흡기만 달고 있는 상태라
회사에서 하는 일이 잘 되서 제가 많이 나눌 여유가 좀 더 생기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PS.
혹 이 글을 보시고 추모관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여기 한번 가보세요.
다이렉트 계좌 번호는
나눔의 집 농협 221157-51-032241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