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글썼는데 이상하게 내용이 반만 올라가서 지우고 다시 썼어요...
오늘 뷰게에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죠
다들 고구마 소화시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 거예요
저는 사실 그동안 그 고구마댓글들이 그러어어어어어ㅓㅎ게 니들 다 이래! 하고 설득하려고 애쓰시던
남들한테 잘보이려고 화장하고 꾸미고...남자한테 '간택'못받으면 속상해하고 그런 사람이었어요
지금 여기까지 보시고
거봐라 화장은 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하는 거야!!! 라고 글쓰실 준비 되신 분들 혹시 있으시다면
제 일기 통해서 님들이 주장하시는 그런 사람이
얼마나 약하고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정말 자존감이 땅으로 뚝뚝 떨어지는 사람인지 느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는요
여자는 뭐니뭐니해도 예뻐야 한다 공부 잘하고 똑똑해도 결국 예뻐야 가치가 높아지는 거다 이런 말을 늘 달고 사셨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크면 어디 성형시켜 줄까 고민하실 정도였고요
하지만 못난 딸은 엄마의 그런 충고가 무색하게
중학교 때부터 입시를 준비하면서 살찌고 못생겨지고
저랑 짝한 남자애가 이제부터는 앞만 보고 살아야겠다고 교실에서 엄청 큰 소리로 짜증내고
미술시간에 명도 대비 채도 대비 이런거 배울 때 남자애들이
ㅇㅇ이(저희반의 예쁜애)랑 ㅁㅁ이(저) 사진 놓으면 외모대비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러는 말까지 듣는 그런 사람이었네요
엄마도 항상 저만 보면 어렸을 땐 이뻤는데 지금은 왜이러냐 그러시고
쇼핑가서도 살찐 제 몸에서는 무슨 옷도 못난 핏이 되는 걸 보시며 한숨쉬고 그러셨어요
그러다 대학교 1학년 때였나 친척들이 어느 날 너 왜 이렇게 못생겨졌냐
애들도 이쁜 선생님 좋아한다 좀 관리해라(전 사범대예요) 그런 얘기하시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 말들이 가슴에 와서 박히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살 빼기 시작했고 15kg정도 뺐었어요
근데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너무 달라지는 걸 보면서..
멀리 있는 사람 말고 당장 우리 엄마부터 날 보는 표정이 달라지시니까...
뭔가 제가 지금까지 믿어 오던 신념이 무너지던 느낌이었어요
저는 그동안 사람들이 저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가 제 성격에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일기 쓰고 반성하고 성격을 다듬으려고 정말 노력 많이 했었거든요
근데 사실 절반은...아니 그 이상은 외모 때문이었다는 걸 아니까 되게 허무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외모에 따른 사람들 태도 차이가 계속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사범대다 보니 애들 만날 일이 많았는데
애들은 순수한 만큼 이런 면에서는 잔인(?)한 면이 있잖아요
교생 갔을 때 (심지어 남중ㅜㅜ) 저희 반에 엄청 인기몰이하는 예쁜 교생 선생님이 계셨는데
정말 철저히 그 선생님에게만 관심이 쏠리더라고요ㅠㅠㅠㅠ 저는 인사조차 무시하고...저 보면 예쁜 선생님 어딨냐고 물어보기만 하고...
그리고 제가 지금 저희 과에서 유이한 모쏠이거든요
같은 처지인 나머지 한 친구는 정말 예쁘고 여리여리한데 (대학 와서까지 예쁜 친구랑 사귀었네요ㅜㅜㅜㅜ) 철벽여왕이라
애들이 얘가 모쏠이라 그러면 정말 너무 놀라고 어떻게든 대시하려 하고 소개팅시켜주고 싶어서 난리예요
저는 모쏠이라고 그러면 다들 인정ㅋㅋㅋㅋㅋㅋㅜㅜㅜㅜㅜ
저에게 아무도 관심가져주지 않고 그 흔한 대시 소개팅 하다못해 입발린 칭찬이라도 못 듣는 걸 보면
전 도대체 얼마나 가치가 없는 사람인지...여자로서 자격은 있는건지 매일 딥다크한 내면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가끔은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때부터 외모에, 남들 시선에 과하게 집착하기 시작했어요
항상 제 모습이 남들한테 어떻게 비칠까 신경 곤두세우고 이렇게 보면 예쁘게 보일까? 하면서
제가 뭐가 어울리고 뭘 좋아하는지는 신경 안 쓰고 그저 남들이 입 모아 예쁘다고 하는 것만 사서 꾸몄어요
제 취향껏 정성들여 꾸몄는데 반응이 안 좋으면 보통 사람이라면 취좆 꺼져 그랬겠죠
근데 저는 '아ㅜㅜ어떡하지...더 예뻐 보여야 하는데...역시 나는 못난이야ㅠㅠ 어떻게 해야 이쁘다고 해줄까...'이렇게 생각했었어요.
결국 고구마 댓글들이 말하던 사람이 되어 있었던 거죠
아~ 왜 남중딩들이 날 간택해 주지 않을까..... 왜 대학 왔는데 그 흔한 연애 한번 못해볼까 난 간택받을 자격이 없나봐ㅜㅜㅜ 하면서요...
그러다 오늘 논란을 보고 뷰게 여러분이 단 댓글들을 보았어요
남들 좋으라고 꾸미는 거 아니라고, 꾸미고 화장하는 것도 다 내 만족이라고 하시는 그 글들을 보는데
뷰게분들께서 하신 그 말씀들이 분명 저한테 하는 말이 아닌데도 제 마음에 쿵 하고 박히는 기분이었어요
난 나를 위해 꾸민다, 내가 내 눈에 예뻐 보이면 행복하다,우리가 타인의 시선이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냐 하신 그 글들
정말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올수 없는 그 일침들 그 당당한 모습들이 반짝반짝 빛나 보였어요
항상 타인의 시선에 매달리고
타인의 평가에 휘둘려서 우울해하던 저랑 너무 비교되어서요
이제 내일부터는 거울 피하지 않고 제 눈에 예뻐 보이는 화장하고 다닐게요
취향 이상하다고 욕먹을까봐 옷도 화장품도 항상 인터넷에서만 샀었는데
이제는 오프 매장에도 당당히 런웨이해서 이게 예뻐! 하고 자신있게 쏙 집어올게요
이제 보통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갈래요
감사해요 뷰게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