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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게시물ID : humorstory_4430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걍하자
추천 : 29
조회수 : 1678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12/29 0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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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크리스마스날 인 25일 새벽, 
아내와 저 그리고 아들 제이, 우리 세 식구는 갑작스러운 자동차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들 제이가 크리스마스 휴가를 받아 며칠 전에 집에 왔는데, 제이가 여기 오기 전 부터 전화로 25일과 26일에는 아무 스케줄도 잡지 말라고 자꾸 다짐을 받더라고요.
그러더니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아빠선물이라고 내 놓은것이.....

우리는 늦게 자고 새벽에 일어났기 때문에 모두들 잠이 모자라서 서로 티격태격하며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LA로 출발했습니다.
이왕 가는 김에 점심을 LA에 있는 한국음식점에서 먹기 위해서 무리를 해서 새벽에 일찍 출발을 한 것이었지요.

20151225_071201 (1).jpg

가면서 차 안에서,
제이의 어렸을적 이야기도 하고,
제이의 직장생활 이야기도 듣고,
그러다 제이에게 너 무슨 칼라 와이프 얻을래? 했다가 아내에게 혼나기도 하고,(아내는 오직 한국며느리만을 바라거든요)

그래도 아직 갈 길은 멀고,
그래서 오유에서 본 아제들의 유머를 몇 개 얘기 했더니 아들은 멀뚱거리고,
아내는 썰렁하다고 히터 올리라고 핀잔이나 주고,
그러다보니 드디어 LA에서 두 시간 떨어진 팜스프링스에 있는 풍력 발전소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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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아내는 제이가 저에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고 자기가 더 좋아라 하더라고요.
자기는 LA에 가면 친구하고 쇼핑도 하고 사우나도 가고 맛 있는 것도 먹고 그리고 친구 집에서 놀다가 거기서 잘 테니까 부자지간에 즐거운 시간 보내라며 저보다도 더 좋아 했습니다.
남편을 하루저녁이라도 안 보게 된 것이 그리 좋은지...

2015-12-27_17.50.37.jpg

드디어 LA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호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아내는 친구가 와서 픽업해 갔습니다.
저녁이 되자  시간이 되어서 출발했습니다.

LA다운타운에 있는 Lakers의 홈구장 스테이플스센터 입니다.

20151225_183908.jpg

제이가 제게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로 프로농구 티켓이었거든요.

도착해 보니 우리도 2시간을 일찍 왔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습니다.
제법 쌀쌀한 밖에서 거의 한 시간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기다렸습니다.
주위에 한인타운과 일본타운 중국타운까지 가까이 있어서 인지 동양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내 안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맨 뒷 좌석까지 완전히 꽉 차서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2015-12-27_17.53.20.jpg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고 관중들의 열띤 응원속에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지요.
우리 바로 앞 좌석에는 검은색 사람 두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중년의 부부 같아 보였는데 전반전이 끝나자 여자가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고는 후반전이 시작하기 직전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검은애가 먹을것을 잔뜩 들고 와서 그 빈 좌석에 앉았습니다.
둘이서 얘기하는걸 들어보니 아버지와 아들 같았지요.
아마도 티켓을 두 장 밖에 구입하지 못해서 전반은 엄마가, 후반은 아들이 아빠와 보기로 하고 교대를 한 듯 했습니다.
(티켓 가격이 만만찮았고 구하기도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후반전이 시작하고 나서 우리는 난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쪽의 검은 아빠와 아들이 아예 앉아 있지를 않았습니다. 
계속 소리를 지르며 손에는 뭘 들고 먹으면서 골이 들어 갈때마다 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둘이 같이 서서 춤을 추었습니다.
휴, 주위사람들 혼을 다 빼놓더라고요.
거기다가 가끔 한 번씩 뒷좌석에 앉은 저에게 셀폰을 내밀며 자기 아들인데 같이 사진 좀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찍어주면, 고맙다고 캔디바를 내밀고...
제이와 저는 할수없이 후반내내 엉거주춤하게 서서 경기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고 검은 아빠가 저에게 손을 내밀며 미안하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것이었습니다.
아들과 처음으로 여기에 왔다면서 아들의 머리를 계속 만지며 아들을 쳐다보는 그 눈 빛을 보자, 저는 조금 전 까지 짜증났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지더라고요.

아들과 처음 이런곳에 온 것이 즐거워서, 아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나이 든 아빠가 그렇게 춤도 추고 소리도 지르고 했구나 생각하니 마음껏 자신들의 기분을 나타낼 수 있는 그들이 부러웠습니다.
사실 이런곳은 그들처럼 그렇게 행동하는게 당연한 운동경기장 이잖아요.

저는,
다음에 이런곳에 오면 나도 그 검은 아빠처럼,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 봐야지 생각하며 그곳을 나왔습니다.

물론 아들녀석은,

아빠, 창피하게 왜 그래~에.

하겠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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