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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수술 32일 전
게시물ID : gomin_11480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FhY
추천 : 10
조회수 : 213회
댓글수 : 97개
등록시간 : 2014/07/11 00:01:38
수술 일자가 결정된 것이 6월말.
40일 전이라고 글을 올린 것이 지난 주. 이제 32일 남았네요.
위험한 병에 어려운 수술이라 결과를 자신할 수 없고, 혹시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를 대비하는게 어떠하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지난 8일간 저는,


1. 숙소 대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지방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느라 혼자서 10년 넘게 살았더니 구석구석에서 고대의 유물이 다 나오더군요. 
청소하다 7년 전에 구워놓은 야동 CD가 출토되어 잠시 감상의 시간도 가졌고, ㅋㅋㅋ
없어진 줄 알았던 소설책(스티븐 킹의 스탠드)의 마지막 권도 찾아서 읽다보니 청소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2. 물건 분류 중

마트에서 종이 박스 몇 개 가져와서 그동안 소장한 물건들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주로 줄 사람들별로 나누고 있는데.
A 과장에게는 탐내던 리얼 포스 한정판 키보드.
TI 공학용 계산기는 항상 열심히 하는 B 대리.
노트북이랑 컴퓨터는 프로그래밍 공부하는 막내 동생.
만년필은... 음... 조카들에게 줘야지. 지금은 6살, 4살이니. 스무살이 되면 주라고 여동생에게 말해놔야겠군...


3. 보험금 수령인 재확인, 저축한 금액 배분.

생각보다 많이 모았더군요. 어차피 술도 거의 안 먹고. 도박도 할 줄 모르고.
책 보는 것 외에는 취미도 없고, 여친도 와이프로 없고... ㅠ ㅠ

부모님 노후에 불편하지 않으시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려나...
동생에게는 이 정도 주면 밑천이 될까?
그리고 못난이 삼촌이 아빠 다음으로 멋있다고 하는 조카.  
앞으로 등록금이 얼마나 오를지는 모르지만, 혹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너희 꿈을 펼칠 때, 조금은 도움이 되길.


이러니 8일이 금방 가더군요. 청소와 물건 분류는 진행 중이지만.
다음 주에는 한 열흘 잡고 휴가 내서, 숙소에서 그동안 봤던 영화 중에 기억에 남던 것을 골라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말씀 드릴 타이밍에 대해 고민해봐야... 어려서부터 잦은 병치레로 걱정을 많이 끼쳐드린 첫째 아들.
용케 지난 5년간은 매년 환절기마다 걸리던 감기도 안 걸린게, 취직해서 돈 버는 것보다 더 좋다던 부모님.
벌초하러 갈 때마다 생후 6개월만에 하늘나라로 간 한 살 어린 내 동생의 작은 무덤을 쓰다듬으며 눈이 빨개지시는 어머니.
그리고 유독 그날만은 웃음이 없으신 아버지.

그런 두 분께 아들의 병세가 위중하니 잘못하면 어머니 아버지보다 동생 먼저 보러갈지도 모르겠습니다고 어떻게 말해야 하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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