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4로 참패한 홍명보호는 1무1패(골득실 -2)에 그치며 최하위로 밀려 자력 16강행이 불가능해졌다.
아프리카팀이 월드컵 본선에서 4골을 터뜨린 것이나 한국이 톱시드 국가가 아닌 팀에 이 정도로 무참하게 진 것은 처음이라 팬들이 받은 충격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홍명보 감독의 의리사커가 불러온 참담한 결과에 축구인들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 연합뉴스
팬들의 분노는 고스란히 홍명보의 '의리사커'로 향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월드컵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자신이 아끼던 2012 런던올림픽 출신 멤버들을 대거 발탁했다. 연령대별 대표팀 시절에는 이들의 재능이 돋보였을지 모르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모이는 월드컵에서는 어리고 미숙했다.
더구나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2년 전 올림픽 때와 비교해 개인 기량이나 입지 면에서 크게 발전하지 못했음에도 홍명보 감독의 편애 속 특별대우 논란에 휩싸인 선수들이 유독 많았다는 점이다.
박주영, 윤석영, 지동원 등 다수의 선수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모두 홍명보 감독과 함께한 런던올림픽 멤버들이지만 최근에는 팀내에서 주전경쟁에서 밀리거나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은 당초 '소속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대표팀에 부르겠다'던 원칙을 바꾸면서 자신이 선호하는 올림픽 멤버나 일부 유럽파들을 향한 특별대우로 구설에 올랐다.
오히려 홍명보호 출범 이후 '홍명보 키즈'들에 밀려 소속팀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국내파나 혹은 아시아 지역예선에서 본선진출에 공헌한 선수들이 냉대 받거나 기회조차 얻지 못한 것과 비교할 때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선수선발의 공정한 잣대나 일관성은 찾을 수 없었다. 역대 월드컵 대표팀 명단을 통틀어 팀 전체를 놓고 논란이 된 경우는 전무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국가대표팀의 기강과 운영이 오락가락하고 있던 위기의 순간에도,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쓴소리가 없었던 축구계의 기회주의적 행보였다.
기성용의 SNS 논란, 박주영의 대표팀 재발탁 등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때마다 축구협회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4년간 3명의 감독이 교체되는 혼란 속에서 대표팀의 경쟁력이 뒷걸음치는 현실을 외면하며 구체적인 비전도, 충분한 계획도 없이 '월드컵 8강'이라는 장밋빛 청사진만 내놓았다.
지명도 있는 축구계 인사들조차 하나같이 홍명보 감독과 박주영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소위 한국에서 축구로 이름을 날린 '전문가'들의 한계는 정작 한국축구에 정말로 쓴소리가 필요한 순간에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원칙과 초심이 무너지고 잘못된 과정을 향해 가고 있을 때도 그들이 먼저 생각했던 것은 전문가로서의 객관적 견해나 쓴소리가 아니었다. 이들 역시 원칙과 투명성을 잃어버린 홍명보호의 '의리사커'에 동조하거나 합리화한 책임이 있다.
한국축구나 홍명보호와 아무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외신들이 오히려 객관적인 시각으로 한국대표팀의 위기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할 동안, 국내 축구인들과 중계진은 여전히 뜬구름 잡는 소리만 했다.
홍명보 감독 본인을 비롯해 의리사커를 미화하는 이들의 논리는 철저한 결과 지상주의에 불과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 아니냐는 발상이었다.
후회 없이 정도를 걸었던 이들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그러나 결과에 연연해 과정과 명분을 외면하는 이들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기 쉽다. 그들이 장담하던 '결과'마저 최악을 가고 있는 현재, 의리사커는 이제 냉엄한 심판만을 앞두고 있다.
결과도 과정도 모두 '빗나간 의리'가 망쳐 놨다. 인맥과 학연, 의리에 상관없이 오직 실력 하나만으로 강력한 대표팀을 구성했던 2002년의 히딩크가 남긴 교훈은 온데간데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