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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일어나면 새엄마한테 엄마라고,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게시물ID : bestofbest_1146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nZ
추천 : 642
조회수 : 25975회
댓글수 : 1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6/16 06:00: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6/16 03:59:24
매일 아침, 제 머리 쓰다듬으면서 조용히 사랑한다, 예쁘다, 우리 00이는 엄마의 보물이야 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이미 깨있었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자는 척 했어요.
 
잠투정 부릴 때마다 간지럼 태우면서 이마에 뽀뽀해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정신 다 깨있었는데, 이것도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잠투정 부리는 척 했어요.
 
아침마다 맛있는 식사 차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밥 천천히 먹는 습관 참 좋다면서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원래 밥 5분만에 먹는데, 새엄마께서 해주신 밥이 아까워서 한 알, 한 알 꼭꼭 씹어먹었던 거였어요.
 
밥을 맛있게 먹어주어서 고맙다고 뽀뽀해주신 것도 감사해요.
사실 멸치와 시금치 싫어하는데, 새엄마께서 차려주신 음식이니까 맛있게 먹었어요.
그리고 맛있게 먹는 저를 보고 새엄마께서 기뻐하시는 것이 좋아서이기도 하고요.
 
매일 밤,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사랑한다, 네 덕분에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 내일도 함께 행복하자 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새엄마께서 해주시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도 행복을 느껴요.
너무 행복해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이 행복이 맞나?'하고 의심할 때도 있었어요. 
 
초등학교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들어본 적 없이 자랐던 저였어요.
아침에 눈을 뜰 때조차 나를 낳아준 사람한테 머리를 맞고, 어깨를 잡혀서 흔들리고, 발에 채이면서 눈을 떴어요.
그 어린 나이에 죽고 싶어서 물 속에서 숨을 참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고요.
 
게다가 뺨을 하도 많이 맞아서 그런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몰라도 왼쪽 귀가 거의 먹통이예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을 때에는 청력에는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막상 들을 때는 잘 안 들려요.
 
그랬던 제가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요?
심지어 어제 아버지께서 제 방에 오셔서 저를 꼭 안아주시더니 그 자리에서 엉엉 우셨어요.
어렸을 때, 저를 방치한 아버지가 너무 미워서 새엄마와 함께 산 7년 동안 아버지와 말 한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미안하다, 너에게 큰 죄를 지었다, 나를 미워해도 괜찮다, 하지만 진심만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아버지는 너를 사랑한다 등등등...
 
다 새엄마 덕분이예요.
그리고 이제부터 새엄마가 아니라 엄마라고 부를 거예요.
 
'새엄마'라는 단어에도 '엄마'가 있지만, 그것을 볼 때마다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엄마'라는 단어만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고, 속이 뒤틀렸어요.
그래서 어쩌다가 '엄마'라는 단어를 써야만하는 때가 있으면 '나를 낳아준 사람'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제 엄마라고 해도 손발이 오그라들지 않고, 속이 뒤틀리지 않을 사람이 있으니까 극복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너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노력할 거예요.
 
이따 낮에 일어나서 엄마한테 너무 늦게 불러서 죄송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거예요.
 
제 긴 다짐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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