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남의 모 시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저희학교는 수업하기 편한(?)학교라서 젊은 선생님들 보다는 늙은 샘들이 많으셨죠.
대체로 50대 초반 샘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쌤들은 대부분 5.18 당시에 고등학생이었거나 전남대 사범대 학생이셨죠.
수업이 지겨웠던 저희는 5월 18일만 되면 그 쌤들에게 518 경험담을 얘기해달라고 졸랐습니다. 3년 내내요.
군인들에게 쫓기는, 스릴넘치는 추격전을 이야기해주시는 쌤도 있었고
고등학교때 친구가 군인한테 친구가 죽자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도 그냥 뛰쳐나왔다는 쌤도 계셨구요.
대학 친구, 선배를 잃으셨던 쌤도 계셨습니다.
워낙 관록있으신 쌤들이라 재미나게 입담을 풀어내셨고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로 숙연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신 쌤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모든 쌤들이 마지막엔 수업 끝나는걸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저희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들이 많이 남아있었고
그때의 울분이 가시지 않으셨던것 같습니다.
근육질의 수학쌤도
개그맨이셨던 국어쌤도
입담이 수준급이셨던 사회쌤도
시크녀인줄 알았던 국사 쌤도
끝내는 눈시울을 붉게 적시던 그 날들이 생각나네요.
좋은 선생님들 밑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오베 보고 그 날들이 생각나서 적어봤습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