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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이 내년 총선 출마 의사를 내비췄다.
이 - 지금 말씀하신 대로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바꾸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정도의 실력이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그것 없이 그냥 말로만 좋은 정책을 제시하면 된다는 생각 자체가 나이브 한 것이고, 지는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를 보면 두드러진 것이 막말로 상대를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겁니다. 근데 저는 막말과 조롱이 말하는 사람의 인품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보기보다는 잘못과 차이를 내용으로 풀어내는 실력이 없는데서 비롯됐다고 보고, 거기에 그들 스스로 갇히면서 구조화 내지는 내면화됐다고 봅니다. 못났기에 엉뚱한 행태로 표출이 된다는 거죠.
최 - 막말 현상은 야당의 전반적 실패의 한 징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역시 원인이 있고 설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웃어넘길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막말이라는 게 상대에 대한 적의를 강조하고 증오감을 강화하는 레토릭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경쟁에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상대를 공격하고 악마화 해서 쉽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정치를 도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도덕적이고 상대는 비 도적이거나 반도적이라 규탄하고 몰아세우는 것입니다. 인터넷이나SNS와 같은 제한된 공론장에서 팔로워들의 반응이 상당한 힘을 발휘하는 점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통을 강조하면서, 일반 투표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팔로워들의 강한 지지를 동원하는 열중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의 성격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런데 왜 그것이 유독 야당에서 강하게 나타나는가는 설명되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역시 야당의 흥미로운 행태 중 하나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 아닌 게 아니라 왜 야당 쪽에만 유독 그런 거예요?
최 - 저는 정서적 급진주의의 한 표현으로 이해합니다. 자신은 도덕적이고 상대는 반도덕적이거나 부도덕한 나쁜 집단으로 보는 시각, 정치를 도덕과 반도덕 또는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결로 접근하는 관점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 지금 말씀하신 대로 이런 현상을 강화 시키는 것이 일부 행동하는 네티즌들인데요. SNS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이 사람들은 선악 대결의 주장이나 과격한 언술에 박수를 쳐주고 환호해요.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뭉개고, 공격해요. 그러니 SNS에서 주목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그런 박수에 호응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으니 점점 나빠지는 거죠.
최 - 그렇습니다. 정치는 대중을 상대로 행위 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연극적 측면을 갖게 됩니다. 또 대중 모두가, 언제나 이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또 대중의 인기를 끌고자 하는 행위 모두를 정치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좋은 정치인이나 리더들은 그 점을 유념하고 대중과의 관계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와 신념윤리의 개념을 빌려 말하자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나 정책이 자기 신념의 표현이어야 하고, 또 이를 이성적으로 실현하고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정치인이 눈앞의 단기적 이익이나 즉흥적 지지를 얻기 위해 아무렇게나 행동하게 된다면 그것은 이성으로부터의 이탈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이 - 지금까지는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위주로 했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야권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대권주자 또는 리더라고 하면 문재인 대표,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습니다. 여기에 더해 김부겸 전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3+2의 구도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앞의 세 분은 정치 경험이 일천하신 분들이에요.
그래서 가끔 저는 ‘스타십(starship)’이란 표현을 씁니다. 스타로서 잘 하는지 모르겠으나 아직 리더로서 잘하고 있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 스타십은 넘치고 리더십은 많이 부족한 모습입니다.이 세 분이 정치 지도자로서의 모습에는 부족함이 많이 있는 거죠?
최 - 네. 저도 그렇게 봅니다. 그런데 좋은 리더를 만들어 내는 것도 정당이고, 좋은 리더가 행위 할 수 있는 환경도 정당입니다. 대통령 후보가 자꾸 정당 밖에서 충원되는 현상 자체가 한국 정당의 허약함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캠프라는 부르는 사적 조직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도 사실상 정부가 되는 것도 캠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체 정당이 움직여도 될까 말까 한데, 정당에 발을 걸치고는 있지만,특정 후보를 중심으로 거의 반쯤은 사적인 집단이 중심이 돼 선거운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저는 한국 정치의 많은 문제들이 이런 구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력 있는 정당 조직이 잘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 선거도 지금처럼 후보 개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정당조직이 중심이 되고, 총력을 다해 뒷받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 정당이 아니라 개인이 주도하는 정치는 폐해가 많잖아요. 돈도 많이 들고, 크게 보면 책임정치의 원칙에 위배되기도 하고,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이해를 거의 대변하지 못하게 되는데다 언론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현상 등이 있죠.
최 - 개선돼야 할 중대한 문제 맞습니다. 중앙정치에서 정치 경험이 일천한 사람이 단숨에 대선주자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데, 이건 정말 문제입니다. 지방정부에서 행정을 책임진 경우는 그래도 좀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그래도 대규모 행정조직을 운영해 봤기 때문입니다. 경험 부족과 막중한 책임 간의 기묘한 결합은 개선되고 극복돼야 합니다.
여기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개인의 능력에 대한 우열이 아니라 전체적인 틀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정당을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것, 이게 되면 정당이 좋은 리더를 양성하는 토양이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정당 안에서 지도자가 나오게 되면 자연히 다선 의원들이 리더십 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치 현실은 중앙에서 정당정치를 많이 한 것이 되레 비판적인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정치 경험의 좋은 측면이 다 사라져 버리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정치인들을 요구하고, 그들을 불러들이는 거라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과 조건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될 때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논의를 전제로 한 다음에 인물에 대해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물을 논할 때, 역시 마키아벨리가 말한 비르투(virtue)를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르투는 결단력, 판단력, 지적 능력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는데, 대체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결단해서 끌고 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엔 용맹스러움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강한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선거들을 돌아보면, 예컨대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지방선거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있었던 2015년 4월 보궐선거에서 야당이 패배했는데, 리더십의 문제가 패배의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현대 선거에서 리더십은 선거의 전반적 상황을 판단해, 유리한 이슈를 만들거나, 새롭게 정의하고, 이를 중심으로 필요한 당의 자원을 동원해서 선거에 임하는 능력으로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점에서 턱없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다시 외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사람을 불러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니, 지금 우리가 거론하는 사람들 중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이 - 제가 문재인 후보가 당 대표가 됐을 때 쓴 신문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문 대표는 대선 후보로 갈 것인지, 다시 말해 자기 행동의 중점을 대선 후보에 둘 것인지 아니면 당 대표에 둘 것인지를 선택을 해야 된다. 지금 제가 평가하기에 문 대표는 대선후보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29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대표 역할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대선후보로서의 역할에 더 익숙한 것 같아요. 당의 혼란을 추스르면서 강하게 끌고 가는 리더로서의 면모는 못 보여주는 거 같아요. 문 대표나 대표를 하다 물러난 안철수 의원에 대해 평가를 좀 듣고 싶습니다.
최 - 글쎄요, 언론이 많이 다루는 문제이기도 하고, 당 안팎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평가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어쨌든 저는 비르투를 가진 정치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이 - 비루투를 가진 정치인, 저도 사실 기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정치인을 ‘정도전’으로 상징화하고 있습니다.
최 -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끊임없이 여론에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여론이 전부는 아닙니다. 여론을 만들어 가는 측면도 있는 것입니다. 저는 비루투를 “만들어 가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그것은 정치적 기예나 예술(art)에 가까운 것입니다. 정치는 지적 학문의 대상이면서도, 예술의 차원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정치의 어려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매력이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타고난 카리스마 같은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정치 리더에게 중요한 요건이 됩니다. 그래서 학문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할 수 없는 문제가 많이 있는 것입니다.
근데 지금 거론되는 야당 지도자들 사이에서 비루투를 갖는 정치인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정말 있었으면 합니다. 이 소장은 문 대표가 주로 대통령 후보로서 행동한다고 지적했지만, 계파 연합의 당을 이끌면서 자신의 계파를 초월하는 인사를 하고, 참모들도 개방적으로 구성하는 등 포괄성과 통합성의 면모를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으니 계파 수장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반대파들의 비판이 터져 나오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 - <새정치민주연합>이 요즘 보여주는 모습 때문에 당을 봉숭아 학당이나 콩가루 집안에 많이 비유합니다. 저는 현실 정치를 지켜보는 한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당 같지 않은 정당으로 보입니다. 정당의 A, B ,C라고 할까요? 기본이 안 돼 있는 정당이라고 봅니다.그러나 어쨌든 저 당을 삭 지워버릴 수 없고, 그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거라면 고쳐서든지 해야 되는 거잖아요. <새정치민주연합>이 강한 정당, 또는 이기는 정당이 되려면 뭘 해야 합니까?
최 - 앞에서도 말했지만 조직으로서 정당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의 중요한 내용은 좋은 리더십을 선출하는 능력과 그렇게 만들어진 리더십이 작동할 수 있는 조직적 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하나의 조직으로서 정당의 집합행동이 가능하려면 계파들이 제각각 따로 놀아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최종 행동에서 계파들의 통합이 일어나야 하는데, 이 역시 리더십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정책 능력이 모자라거나 뒤처져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가만 보면 야당이 중요한 정책 이슈들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갖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예를 들어 민주정책 연구원 같은 조직이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 할 일 없고 주변적인 조직이 아니라, 당의 중심적인 정책 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최고위원이든 당 대표든 이 기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하고, 정책 문제에서는 연구원을 중심으로 당을 움직이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지만 정책을 만들고 입법을 할 때, 관료들을 상대할 수 있고, 그들과 대등한 전문성을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같은 상황으로는 정권을 교체한다 하더라도 무엇을 변화 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가면 요행히 집권에 성공하더라도 뭔가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바로 정권을 내놓게 되는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정당은 유권자들에게 지금 여러 좋은 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정책들이 집권을 통해 좋은 결과를 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는 것인데, 지금 그걸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로서는 집권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강한 기대감을 줘야 지지를 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그러지를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 - <새정치민주연합>사람들을 만나보면 <새누리당>과 정책적으로 많이 다르다, 충분히 차별화되어 있다, 다른 대안을 갖고 있다고 이야길 하는데 일반 유권자 수준에서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최 -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세월호 문제라 하면, 세월호 문제에 대한 야당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정리해서 알려줘야 합니다. 정부나 여당의 입장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야당의 독자적인 입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 정도 문제라면 야당의 독자적 보고서도 이미 만들었어야 하는데, 그런 시도조차 보기 어렵습니다. 이 정도로 큰 사건에서도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니 가족들이 거리로 나와 절규하는 것이고, 마치 그들을 피해자 이익집단처럼 보이게 만드는 불행한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이 - 정당이 제대로 못 받쳐주니까 그러는 거잖아요.
최 - 예. 가족이고 피해자니까 감정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요구가 과할 수도 있고, 현실에서 다소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가족들을 보호하고, 그들과 현실을 매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바로 야당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 근데 차별화를 얘기할 때 <새정치민주연합>사람들이 억울해하는 게 있습니다. 뭐냐면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권자가 모르고 있는 현실은 인정하는 데 그 핑계를 언론환경에서 찾아요. 언론이 도와주지 않아서, 언론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그렇다는 얘기를 해요.
출처 | 서울 내외뉴스통신 http://7author.tistory.com/entry/%EC%9D%B4%EC%B2%A0%ED%9D%AC-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