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SBS 사장이 22일 차기 사장에 재선임되며 발표한 보도·시사 부문 책임자 인선에 내부가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사장은 이날 △편성부문 최고책임자 후보자(편성실장)에 박기홍 디지털사업국장 △시사교양부문 최고책임자 후보자(시사교양본부장)에 민인식 전 시사교양국장 △보도부문 최고책임자 후보자(보도본부장)에 정승민 전략기획실장을 지명했다.
SBS 구성원은 이들에 대한 임명동의제 투표를 오는 25~27일 실시한다. 노사 합의에 따라 편성실장·시사교양본부장은 구성원의 60%, 보도본부장은 50% 이상 반대하면 지명 철회된다.
정승민 후보자는 보도국장 시절인 2017년 5월 세월호 의혹 오보로 경질된 적 있다. 당시 '8뉴스'는 19대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SBS는 해양수산부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쪽과 거래해 세월호 인양 시점을 늦췄다는 의혹을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다.
SBS가 사내외 인사로 꾸린 보도 진상조사위도 "취재와 기사 작성, 게이트키핑 과정에 심각한 부실이 있었다"고 지적한 보도였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법정 제재를 내리며 경종을 울렸다.
정 후보자는 2014년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 누락 책임자(정치부장)이기도 했다. 당시 SBS 정치부 기자들은 총리 낙마의 결정적 요인이 된 문 후보자 발언("식민지배는 하나님 뜻") 영상을 입수했는데도 보도하지 못했다.
당시 정승민 정치부장은 내부에 "(문 후보자 발언이 있었던) 교회에서 신도를 상대로 발언한 점이나 발언 배경 특수성 때문에 당사자 해명을 들을 필요 있었고, 시간 들여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흘렀고 결과적으로 KBS가 먼저 보도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때 일각에선 정승민 정치부장이 문 후보자와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 후보자는 SBS 창업주인 윤세영 태영그룹 명예회장, 문 후보자와 서울고 동문이다.
민인식 후보자도 2016년 3월 SBS 스페셜 '두 여자의 고백-럭셔리 블로거의 그림자' 편에서 도도맘 김미나씨를 띄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물을 과도하게 대변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민인식 시사교양국장은 SBS 편성위원회에서 "이 시대를 사는 사회의 한 단면으로 (도도맘 관련 내용을) 다뤄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획 의도가 프로그램에 반영이 제대로 안 됐다는 부분은 충분히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SBS 안팎 및 언론계에서는 이번 SBS 인사가 KBS·YTN·MBC 등 공영 언론 보도 책임자에 과거 정권 언론장악에 맞섰던 언론인이 임명되는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