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3루수로 타격·수비 활약 … 이범호 공백 메워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주형 앞에는 오랜 시간 ‘만년 유망주’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그는 동성고를 졸업한 2004년 3억원이라는 계약금을 받고 KIA 유니폼을 입은 ‘특급 유망주’였다. 팀은 물론 리그를 이끌어나갈 차세대 거포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더딘 성장세로 김주형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매년 기대와 실망 사이를 오가던 그는 지난해 유격수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팀 사정상 그리고 생존을 위해 유격수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실패. 하지만 그는 지난 시즌 내야 전 포지션은 물로 우익수 자리까지 들어가면서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면서 홈런도 증가했다. 지난해 135경기에 출전한 그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넘어 19번 그라운드를 돌았다. 공·수에서 의미있는 활약을 한 그는 프로 14년 차 만에 억대 연봉자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달라진 김주형의 한 축이 됐다. 결혼과 함께 자신을 똑 닮은 아들을 얻은 그는 묵직해진 책임감으로 야구를 다시 대하게 됐다. 올 시즌엔 ‘변화구 대처’라는 기술적인 진화가 얹혀졌다.
올 시즌 타격의 방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맞추는 데 주력한다”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무조건’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무조건 맞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그의 변화된 모습은 변화구 대처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점으로 꼽히던 크고 일관된 스윙, 그로 인해 수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이 많이 줄었다. 덕분에 타격 자세가 무너진 가운데에서도 공을 끌어내면서 안타를 만들어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김주형은 “변화구 승부를 하면서 상황에 따라 한 손을 놓기도 하는 등 맞추는 타격을 하고 있다. 일단 맞춰야 결과가 나온다. 공에 대처할 수 있는 스윙 궤도 등을 생각하면서 투수와 싸움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머리와 손목이 함께 움직이면서 정교함이 더해졌다. 김주형이 지난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 캠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손목이다. 손목을 이용하면서 더 넓게 존을 활용하게 됐고, 타구의 질을 높이게 됐다. 수비의 집중력도 좋아지면서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상대 추격을 끊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주형의 움직임이 반가운 것은 KIA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혀왔던 ‘부상 공백’을 지웠다는 것이다.
사실 올 시즌을 시작할 때만해도 김주형에게 보장된 자리는 없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의 복귀와 최형우의 영입으로 선발 라인업 자리가 빼곡하게 찼다. 비슷한 처지의 서동욱까지 김주형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했다. 하지만 개막 첫 경기 만에 주전 3루수 이범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주형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주형의 안정감 있는 활약 속 한층 강해진 타선의 힘은 부상을 잊게 했다. 더는 부상이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지 않게 됐다.
언제 또 경쟁에 뛰어들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김주형은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겠다”는 각오다.
김주형은 “팀에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마음이다. 범호형이 돌아올 때까지 잘 버티는 게 우선 목표다. 부상 없이 버티면서 역할을 하고 싶다. 144경기가 내 목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