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시즌 초반 6승 3패로 순항 중이지만 속내는 타들어만 간다. 불펜이 대책 없이 흔들리고 있는데 필승조의 정점인 마무리 임창용이 심각하다.
KIA는 지난 8일 광주 한화전에서 2-2 동점이던 8회말 1사 후 김선빈의 희생 플라이로 3-2 리드를 잡았지만 9회초 마무리 임창용이 등판해 1이닝 3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블론 세이브 패전을 기록했다.
한화와의 주말 3연전 마지막 날인 9일 경기에서도 임창용은 시험대에 올랐다. KIA가 3-1로 앞선 9회초 시작과 함께 등판했다. 전날의 굴욕을 씻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임창용은 등판 직후 대타 김주현에게 볼넷, 송광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해 동점 주자를 내보냈다. 1사 후 신성현의 1타점 희생 플라이로 3-2 쫓긴 뒤 조인성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베테랑을 존중하는 KIA 김기태 감독의 인내심도 거기까지였다. 하주석 타석에 심동섭을 기용하며 임창용을 강판시켰다. 외형적으로는 좌타자에 맞서 좌완 불펜을 기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는 원래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상대하는 법이다.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한 임창용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음을 상징하는 교체였다.
올 시즌 임창용은 4경기에서 1승 1패 1세이브 1홀드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9.00, WHIP(이닝 당 출루허용률) 4.00, 9이닝당 볼넷 12, 피안타율 0.500,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 1.216으로 세부 지표가 끔찍한 수준이다.
임창용의 부진은 구위 저하와 제구 난조에서 비롯된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0km대 초반까지 하락해 상대 타자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고 회심의 승부구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기 일쑤다. 1976년생으로 만 41세 시즌을 맞은 임창용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시각이다.
KIA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 선수의 의지를 존중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3년 LG 트윈스와 지난해 KIA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일궈낸 성과도 베테랑 선수에 대한 신뢰, 이른바 '형님 리더십'이 바탕을 이뤘다. 베테랑들이 솔선수범하며 팀 분위기를 주도하자 전년도까지 하위권을 맴돌았던 LG와 KIA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임창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자존심과 입장을 배려해 마무리 교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고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명예 회복을 위해 고향팀으로 복귀한 임창용이 스스로 백의종군하는 것도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는 순리일 수 있다. 화려한 경력의 베테랑 임창용이 자존심을 버리고 구위 점검을 위한 2군 조정이나 보직 변경을 택한다면 팀은 물론 선수 본인을 위해서도 대승적인 결단이 될 전망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많은 비난에도 그를 품어준 고향팀을 위해 진정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임창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