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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항상 그랬다.
그녀 앞에서만 서면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병신이 되곤 한다.
그녀가 화를 내거나 말도 안 되는 일로 내게 짜증을 있는 대로 내면
순간 살짝 홍조된 볼을 있는 힘껏 올려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다시 그녀가 기분이 풀어져서 내 목을 부여잡고 사랑한다며
넘치는 애정을 표현해버리면
나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헬렐레 풀어질 대로 풀어져서
또 다시 그녀의 변덕을 받아주게 되는 것이다.
더 이상 그녀에게 휩쓸리지 않으리라 모진 마음을 먹고 대하고 싶어도
천진난만하게 입가 가득 크림소스를 묻힌 채 잇몸이 다 드러날 정도로
웃는 그녀의 미소를 어찌 외면할 수 있을까.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 한 편이 쓰라리듯 아프고
어떨 땐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도망가고 싶어도
어찌하겠는가. 이미 그녀는 나의 운명인 걸.
그러니 부디 이렇게 핼쑥해진 얼굴로 병원에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원래대로 돌아와 다시 내 속을 새까맣게 태워도
나는 좋으니
제발 아프지 않기를.
2015년 12월. 병원 한 구석에서.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