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 맘 때 쯤 되면, 해가 끝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설렘이 항상 교차한다. 그리고 이렇게 나이를 한 살 더 먹어가는 구나 하는 약간의 푸념도 나오곤 한다.
나는 국민학생으로 입학해서 초등학생으로 졸업한 세대이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많지는 않지만, 문득 해가 바뀌는 이시기에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담임의 생일날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담임을 위한 생일 파티를 기획했다. 슈퍼에서 산 초코파이 몇 개를 케익으로 대신 하여 깜짝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사실 담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생일파티로 수업시잔을 대충 때울 수 있다는 기대가 더 컸던 것 같다. 여느 아이들처럼.
그렇게 담임의 생일날 초코파이케익을 교탁에 올려놓고, 아이들은 다같이 생일축하노래를 불렀다. 총각이었던 선생님은 꽤나 머쓱해 하시면서도 속으론 꽤나 우리들을 기특해하지않았나 싶다.
'선생님 이제 몇살이에요?'라는 질문에 선생님은 '서른셋'이라고 대답하셨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예수님은 서른셋에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셨는데, 나는 예수는 아니지만 세상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된다."
초등학교 5학년이였던 나는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말이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해가 바뀌면 나도 서른셋에 비슷한 나이가 된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소년이 이제는 그 담임의 나이가 되었다.
20여년전 던진 질문에 담임은 답을 찾으셨을까. 나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언젠가는 찾게 될까.
나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예수에 대해 사실 아는 것도 많이 없지만,
20여년 전 '나는 누구이고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가'에 대한 고민을 하던 담임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이제는 쉰이 훌쩍 넘으셨을 선생님이 문득 그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