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유탄사격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갔었습니다. 

 딱 이맘때쯤 나간것 같네요. 춥고 건조하고.. 백령도에 포탄 떨어지기 딱 한달? 정도 전이니까요

아시다시피 유탄사격할때 꼭 불을 끄기 위해 여러 방화도구를 가지고 갑니다 (삽, 물통? 물뿌리개 등등) 왜냐면 실탄(진짜 유탄)과 연습탄이 터지면서 주변에 불이 붙을 수도 있거든요 !

 평소와 같이 사격을 하고 있었습니다. 퐁퐁 거리면서 날라가네요. 신기했어요. 처음이라.. 

연습탄 사격 후 실탄을 사격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불이 났습니다. 일병 1호봉? 2호봉? 정도 되서 결국 불을 끄러 터벅터벅 달려갔어요. 왠지 그날따라 제가 잘뛰더라구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룰루랄라 불끄러 갔죠. 

 물뿌리개로 물을 두세번 찍찍 뿌렸는데, 갑자기 펑! 소리가 나더라구요? 정말 그냥 후두둑 하고 지나가는 순간 영화속에서 같이 파노라마가 쓰윽 지나가긴 하더라구요.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도 생각나고.. 그 짧은 순간에 지나가는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뻥인줄알았는데.. 진짜였어요..

 여튼 다시 시야를 돌려보니 사람들 2명이 누워있네요? 그리고 다시 제가 뛰어온 곳을 돌아봤습니다. 네. 난리가 났더라구요. 헐레벌떡 뛰려고 준비하는 모습, 욕하고 소리치면서 달려오는 모습 등이 보이더라구요. 그것도 되게 느리게 보여요. 머리속에 삐~ 거리는 이명?과 함께 잘 들리지가 않아요

딱. 라이언 일병구하기의 첫장면 같더라구요. 정말 똑같아요. 싱기방기했죠.

어쨋든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해요. 의무관? 이 있지만 사고난적이 별로 없어 대처를 잘 못하네요. 앉아서 의무병에게 지시만 내리고 있어요. 직접 자기가 할 줄 알았는데.. 의무병은 허벅지 안쪽에 피가 엄청 나는 저의 친구에게 지혈을 하고 있네요. ㅠㅠ 그래도 소중한 곳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뭐.. 여튼 잘 기억은 나진 않지만 헐레벌떡 앰뷸런스에 탑승합니다. (저와 한명은 비교적 멀쩡해보여서 걸어갔어요)

그리고 사단 의무대로 갑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거긴.. 한명이 정말 심하게 다쳤고 친구는 피가 많이나고 두명의 떨거지들은 바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습니다. 그와중에 한명은 팔? 부분에 파편조각이 발견되서 바로 홍천병원에 가는것이 확정됫구요, 저는 자대복귀해도 된대요. 파편없다고.. 나도 분명 피나는데..?

 하지만 혹시 몰라 저도 함께 홍천병원으로 앰뷸런스 타고 갑니다. 앰뷸런스 안에서 정신이 다 돌아오더라구요. 오 이제막 땡땡한게 부은게 느껴지면서 통증이 오기 시작하네요. 아팠어요 그때.. 그래서 옆의 의무병에게 아프다고 말하려고 있는데 곤히 자고 있네요.. 친구도 바닥에 누워서 자고 있고..(들것에 누워있었어요) 그 때 얼마나 서럽던지.. 부들부들 하기도 하고 .. 나도 아팠는데 ㅠㅠ

 그리고 홍천병원에 도착하고, 엑스레이를 재촬영했습니다. 왼팔에 1개, 왼쪽 정강이에 1개 이렇게 발견됬네요. 그리고 바로 수술을 했습니다. 

심하게 다친 친구는 수술만 거의 12시간 넘게 한것 같지만 전부 제거 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 파편 + 모래 + 작은 돌맹이가 박혀있었대요)

저는 1시간 30분?40분? 정도 하고 한명은 1시간 20분? 한명은 1시간? 정도 했던걸로 기억나네요. 되게 웃긴게 저렇게 1시간이나 걸렸는데 빼낸 파편조각은 거의 포도씨만 합니다. 납작해요. 신기하죠 ? 

 홍천병원에 딱 수술하기 전 대기하는 순간 전부 집의 부모님께 연락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주임원사, 인사과장?(인사과에 있는 부사관)은 수술이 끝날때 까지 대기하고 있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가장 많이 다친 사람이 삽으로 땅을 치면서 불을 끄다가 불발탄을 쳤다고 하네요. 그나마 삽이 대신 많이 막아줘서 전부 살수 있었다고 하네요. 만약 치자마자 터지지 않고 치고나서 딜레이가 있었다면.. 여기 없겠죠?

지금은 왼쪽 손목( 파편에 긁힌 흔적)+ 팔뚝 + 무릎 아래 화상흉터가 있습니다. 가끔 술먹고 보면 빨간게 예쁘긴 해요. 멀쩡할땐 별로 보고 싶진 않지만.. (그나마 예쁜 부위가 손인데 ㅂㄷㅂㄷ) 

 군부대에서 혹시 다치시거나 사고를 당하시면.. 안되요 . 사단 의무대에서 처럼 이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대로 돌아갈 수도 있거든요. 

슬프지만 자기몸 자기가 잘 챙겨야합니다. 많은 의료사고도 있잖아요 ? 눈치보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하세요

건강하게 전역하셔야죠. 힘내요 입대하시는 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