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는 쿨하다.
애정표현은 서툴고 마치 나를 방목하듯 키운다.
보고싶다는 말은 결혼한지 2년이 되어가지만 들어본적이 한손에 꼽을 정도고
"오빠 밥 먹었어?" 라는 말 대신에 "밥 먹었나?" 라는 말을 더 자주하는 내 아내는 쿨하다.
며칠전 같이 퇴근하는 길이었다.
비가 우산이 딱 필요할 만큼 오고있었고 우리 부부는 퇴근하면서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요량으로 한 우산을 쓰고 식당을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내 옆쪽으로 시각장애인 한명이 우산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비를 다 맞아가며.
우산을 쓰긴했지만 없어도 그렇게 쫄딱 젖을 만큼은 아니었기에 그냥 지나치고 몇발자국 더 걷다가
그냥 아내에게 말했다.
"나 저사람한테 우산 주고 올게"
우산을 뚫고 내리는 비에 건물밖을 나서면서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내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며
"어? 누구한테?"
라며 토끼눈을 하며 물었다.
저 앞을 가르키며 저기 시각장애인 아저씨가 있는데 우산이 없는 거 같다고 말하자
"빨리 주고와" 라며 턱으로 가라고 보챈다.
뒤로 뛰어가서 아저씨한테 우산을 주면서 이거 쓰시라고 우산을 쥐어드렸는데 괜찮다고 안받으셨다.
"저 우산 하나 더 있어요. 그냥 이거 쓰셔도 돼요" 라고 거짓말을 했는데도 한사코 거절하셔서 그냥 뒤로 돌아가서 와이프한테 가는데
아내는 내리는 비를 다 맞으면서 조용히 날 기다리고 있었다.
도로 우산을 가져온 나를 보며 왜 우산 안줬어? 라며 도끼눈을 뜨는,
하나밖에 없는 우산을 남한테 줘도 되냐고 물어보는 남편의 물음에 빨리 갖다 주라고 말하는,
그런 쿨한 아내가 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