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상을 보고 갑자기 비슷한 기억이 떠올라서요... 아마 시간은 2003-2004년 사이 가을이었던 거 같은데 정확하진 않네요 서해안고속도로였고 자정 12시가 넘은 새벽 무렵에 운전을 하고 있었어요. 군산 쪽에서 출발해서 목포에 도착하기 거의 30분 전 쯤이었을 겁니다. 깜깜할 때 고속도로 장시간 운전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운전하다 보면 앞차 불빛이 가까워지는지 계속 거리유지가 되는지 잠깐씩 헷갈릴 때가 있죠. 그 날도 그런 걸 느꼈던 지라 잠이 와도 정신차리고 운전하려고 애썼죠. 시속 110키로 정도... 그런데 제 앞에 보이는 차의 빨간 불빛이 계속 가까워지고 있는거 같더라구요 잘못본건가 싶어서 눈을 비비고 봤는데도 가까워지고 있는 거 같아 속도를 줄였죠 그런데 앞차와 가까워졌을 무렵.. 차안에서 갑자기 휘발류 냄새가 진동을 하는 거예요 '뭐야 이거 차에 문제있나?...' 하고 급하게 창문을 내리는 순간 1차선 쪽에 2.5톤 정도 되는 트럭 한대가 옆으로 누워있는 게 확 눈에 띄더라구요. 트럭에 불도 꺼져 있어서 멀리서 올 때 그 트럭이 보이지도 않았는데 눈에 갑자기 띄니 진짜 깜짝 놀랬어요. 다행히 저는 2차선으로 가고 있었죠. 근데 더 놀란 건 그 트럭이 싣고 있던 철제 식용유통'이었어요 그 진동하는 휘발류 냄새의 근원이 바로 철제식용유통 이었던 거죠;; 그 때 당시에 '유사휘발류'라고 한참 문제 되어서 뉴스에서도 막 떠들어댔었거든요. 제가 보기에 그 휘발류통이 적어도 반 이상은 땅바닥에 깔리고 흘러서 바닥이 흥건할 정도였고 나머지는 차에 쓰러진 채 남아있는 거 같더라구요.. 제 차 앞에도 차가 몇 대 못가고 있는 거 보니 최소 50미터 이상은 바닥에 깔려있어서 주행 중에는 그게 잘 안보이니까 차 바닥에 깔리게 되고 가려고 하면 바닥에서 드극드극 소리가 나서 차들이 못가고 서 있는 거였어요. 그 때부터 왠지 초조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뒤통수가 간질간질 하면서 뒤가 계속 신경 쓰이더라구요. 바로 앞차도 바닥에 통이 깔려서 못가는 상황이었는데 가만히 보니 앞은 구아반떼 승용차였는데 20대 남자애들 5명이 풀로 승차해있더군요. 경적을 미친듯이 울렸습니다. 나와서 밀어서라도 차 빼라고 손짓 하면서요.. 뒤에서 추돌사고 날수도 있으니까.. 이윽고 제 뒤에 어떤 차가 조용히 와서 서더군요. 제 앞차도 급히 밀어서 빠지자마자 우측에 대는 거 같더라구요. '아 살았다!'하며 앞 차가 빠지자 마자 저도 후다닥 앞으로 나갔습니다. 근데 가다보니 전복된 트럭을 받은 거 같은 찌그러진 승용차가 우측 갓길에 세워져있더군요; 그 바로 옆엔 다친 거 같은 사람이 누워있고 일행 몇명이 괜찮냐고 흔들어 깨우는 거 같았어요. 그 때 도울 사람들도 그렇게 많지 않은 거 같고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저도 차를 우측 갓길에 대려고 빠져나가자마자 핸들을 우측으로 꺾으려는 찰라... 뒤에서 '끼이이이이ㅣ이~~익!!!! 쿵!!' 그게 흠.. 바로 제 뒤 차를 뒤에 오던 차가 받은 거 였어요-_-;;; 등골이 오싹 하면서 놀라서 반사적으로 다시 핸들을 꺾고 앞으로 나가지더군요; 아 이거 큰일 나겠구나 싶어서 한 거의 200미터 가까이 간 거 같았어요 그래도 일단 내려서 사고장소를 가봐야 되겠다 싶어서 갓길에 차를 세웠고 다시 문을 열는 순간...뒤쪽에서 들려오는 소리! '끼이익~~~~~~~~~! 쿵!' '헉!! 뭐야!! 미친 거 아냐?' 이런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다시 두려움에 떨며 사고 장소까지 몇 발 못갔을 땐데 또 '끼이익~' 소리가 나면서 또 한 번 '쿵!!' 소리가 났죠. 근데 이번엔 그걸로 끝나지 않고 '펑!!' 하는 소리가 연이어 함께 들리더라고요. 사고나서 불똥이 튀었는지 휘발유에 불이 붙어 휘발류통도 터져버린 거죠. 50-60미터에 걸쳐 쫙 퍼져서 깔려있는 휘발류에 불이 옮겨붙어 그 고속도로 일대가 온통 말그대로 지옥과 같은 불바다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때 부턴 그 안에 깔려져 있는 휘발류통들도 하나 하나씩 터지기 시작합디다. -0- '펑! ...펑!! ...펑!!' 이거 뭐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몇 분 동안 계속 터집니다. 사람들이 걱정 되서 가까이 가려해도 그 화염의 열기 때메 근처에 얼씬하지도 못하겠더군요... 저 안에 있던 사람들은 탈출 했겠지? 아마 다 탈출 했을거야... 이렇게 억지로 자위를 하며 119에 신고는 했을까 하며 폰을 들었는데 멀리서 엠뷸런스 싸이렌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근데 다친 사람들이 제가 있는 쪽엔 하나도 없으니까 살아있다면 반대쪽에 대피해있을 거 같은데 119 차가 반대편 상향선 차선으로 와서 저 있는 쪽으로 들것을 들고 중앙분리대를 넘어오더라구요 하지만 이 쪽에 부상자가 없자 제가 있는 하행선을 타고 불길 반대편으로 넘어가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 불길+열기가 너무 심해서 넘어가는 건 엄두도 못내고 다시 중앙분리대를 넘어 상행선 갓길로 겨우 넘어가서 가시더라구요.. 그 뒤로는 제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가보진 못해서 인명피해상황이 어찌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뉴스도 나오고 그랬던 거 같은데 죽은 사람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르네요.. 아 그 유사휘발류 실었던 트럭기사가 사고나자마자 119를 부른 거 같았어요 어떤 사람이 저 있는 쪽에 서서 어디가 아픈 사람마냥 인상을 찌푸리며 전화를 연신 하고 있었는데 물어보니 타이어가 터져서 트럭이 전복 된 거라고 하더군요;; 저 위에 영상을 보니까 딱 그 때가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