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가 KIA 타이거즈의 모기업 기아자동차로부터 구장광고권을 회수해 다른 업체에 헐값에 매각하려 했던 것으로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밝혀졌다.
광주시는 지난해말부터 한 업체와 접촉해 광주-KIA챔피언스필드 구장 광고권을 400억원에 넘긴다는 논의를 했다. 이 대금으로 기아차가 구장 건설비로 광주시에 지불한 300억원을 변제하고 차액을 광주시 수익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광주시와 기아차는 현재 구장 운영권을 두고 분쟁 중이다. 기아차는 2011년 광주시의 요청으로 25년 운영권을 받는 대신 구장 건설비 300억원을 부담한다는 계약을 했다. 하지만 ‘특혜’ 시비가 불거지면서 광주 지역 시민단체는 재협상을 요구했다. 4차례 열린 ‘야구장 운영 손익평가위원회’에서 광주시는 25년 간 23억원 흑자가 발생한다고 평가했다. 시민단체 등은 이를 근거로 기아차가 기존 300억원에 더해 30억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하며 ‘특혜를 인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정한 상태다. 기아차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양측 입장은 이전부터 팽팽하게 맞서 왔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가 해결 방법으로 찾은 게 광고권 매각이다. 매각 대금으로 기아차가 출연한 300억원을 돌려줄테니 25년 운영권 계약도 무효로 하자는 방안이다. 당초 운영권 전체 회수를 검토했지만 스포츠산업진흥법 상 불가능했다. 2015년 개정된 스포츠산업진흥법은 구장 장기임대 주체를 프로스포츠단으로 한정하기 때문이다. 또 기아차와 2011년 계약에서는 파기 시 300억원의 두 배를 변제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광주시 입장에선 일견 ‘묘안’일 수 있다. 외부 업체의 돈으로 기아차에 투자비를 돌려주고, 나머지를 시 수입으로 잡을 수 있다. 수 년을 끌어 온 갈등도 봉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묘안'의 본질은 ‘헐값 매각’이다.
기아차가 평가위원회에 제출한 25년 사용수익권 가치평가 내역에 따르면 25년 간 발생하는 구장 광고수익은 751억8000만원이다. 연평균으론 대략 30억원이다. 광주시가 업체와 협의한 400억원은 연평균으론 16억원에 불과하다. 25년 전체로는 351억8000만원 손실이다.
광주시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다. 구장광고권은 구장운영수익의 핵심이다. 기아차의 평가에선 25년 구장 총매출 1453억원의 51.7%를 차지한다. 평가대로 매출이 발생하더라도 25년 간 182억원 적자가 발생한다는 게 기아차의 추산이다. 광주시 평가로는 23억원 흑자다. 광주시의 계산에 따르더라더 광고권 회수는 기아차와 KIA 구단에 큰 손실이다. 주요 수입원이 사라지면 운영 적자 폭은 더 커진다. 지금도 사실상 모기업의 적자 보전으로 운영되는 프로야구단에 미래 수익 가능성까지 박탈하겠다는 처사다.
광주 시민과 야구팬도 손해다. 만성 적자로 운영되는 야구장의 서비스와 향후 시설 개선은 바라기 어렵다.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15년 롯데는 사직구장 네이밍라이트(구장명명권)를 15년 동안 20억원에 받는 조건으로 총액 100억원 가량을 구장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15년 간 20억원은 헐값’이라는 여론 때문에 무산됐다. 결국 롯데의 100억원 투자는 31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야구팬들에겐 더 나은 환경에서 프로야구를 관전할 기회가 사라졌다.
광주시의 챔피언스필드 구장 광고권 회수 시도는 기아차의 반발로 중단된 상태다. 어차피 양측이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 2011년 작성한 25년 사용권 계약서가 계속 효력을 가진다.
하지만 광주시의 시도가 성공했더라면 웃는 쪽은 있었다. 기아차의 평가보다 46.7% 적은 연간 16억원에 2014년 개장한 새 야구장의 광고권을 25년 간 가져가게 될 업체다. 시민, 지방자체단체, 연고 구단이 모두 손해를 보는 가운데 엉뚱한 업체만 이익을 보는 게 광주광역시의 '문제해결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