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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현상에 관하여 공감가는 글
게시물ID : sisa_633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제코코
추천 : 13
조회수 : 97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12/15 11:03:56

조직과 화합 못한 '포퓰리스트'
안철수 탈당은 예견돼 있었다





저는 지난 2년간 포퓰리즘 연구에 빠져 있었습니다. 포퓰리스트란 대의민주주의의 주요 제도인 정당이나 의회에 대한 불신을 리더 개인에 대한 신뢰로 대체하면서 정치적 불만을 동원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사람을 말합니다.

전 세계 포퓰리스트는 좌파, 우파, 중도 모두 존재하므로 이념적 공통점도 없고 국가적으로는 남미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물론, 과거엔 캐나다, 최근엔 유럽, 미국에서도 발견되기 때문에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스트를 감별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전 세계의 포퓰리스트는 수사학과 리더십에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1) 포퓰리스트는 입만 열면 국민을 내세우는데, 민주사회에서는 다양한 생각을 갖는 국민이 자연스러운데 비해 포퓰리스트들은 하나의 생각이나 뜻을 갖는 국민을 상정합니다.

2) 의회, 정당, 관료 등 기존제도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노출하면서 이에 대한 불신을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로 대체합니다.

3) 대체로 포퓰리스트들은 성공적인 업적을 이룬 비정치인이 갑자기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등장하는데 국민의 소명을 받고 정치를 시작하기 때문에 권력의지가 모호한 게 특징입니다. 자신은 원치 않는데 국민이 불러내서 할 수 없이 정치를 한다고 했다가는 강한 권력욕을 보이기도 합니다.

4) 입으로는 국민을 외치지만 리더십은 권위적이며 공조직이 아닌 측근으로 이루어진 폐쇄적인 사조직에서 의사결정을 하며 민주적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합니다.

5) 포퓰리스트는 자기는 단일한 국민의 의지를 대변할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때문에 남과 융합되지 않고 분란을 일으키며 그가 속한 정당은 분열로 끝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치생명도 실패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런 포퓰리스트들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곳은 대통령제를 택한 남미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원내각제와 달리 대통령제 하에서는 정치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비정치영역에서의 유명세를 바탕으로 갑자기 대통령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 일부는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학자들은 이렇게 당선된 포퓰리스트들이 전혀 준비 없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오히려 무능하고 실패로 막을 내렸다며 포퓰리스트의 등장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캐나다의 포퓰리스트는 오래 전 일이라 건너 뛰겠습니다. 미국의 포퓰리스트는 1992년 대선에 등장한 억만장자 로스 페로를 들 수 있습니다. 페로의 도전도 결국은 실패로 끝났는데 페로야말로 위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최근 유럽에서 포퓰리스트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는 극우 정치인들이 EU의 등장과 이민, 국제화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불만을 동원하여 EU반대운동을 펼치기 때문입니다.

극우세력이 의미 있는 의석을 얻기도 하지만 집권세력이 되는 건 불가능할만큼 선진국에서는 포퓰리스트가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포퓰리스트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단 하나의 국가가 있다면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은 오래 전 유명한 포퓰리스트를 경험했지요. 바로 히틀러입니다. 히틀러도 위의 특징에 그대로 부합하는 인물입니다. 독일은 방송이나 시민교육을 통해 히틀러와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기에 포퓰리스트가 발 붙일 틈이 없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페로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 트럼프의 등장을 보아도 포퓰리즘의 발흥이 좀 심각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언론의 무한경쟁으로 인한 상업주의가 심각하고 금권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미국 학자들은 제3후보였던 페로가 언론을 돈으로 산 덕분에 최근 미국 역사에서는 전무후무하게 19%의 유효투표를 획득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제 연구결과에 따르면 페로는 돈으로 언론을 산 것 외에도 언론이 자발적으로 엄청난 보도를 했기 때문에 인기를 누렸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페로는 정치불신자를 동원한 게 아니라 보통 사람을 정치불신자로 만들었고 또한 정치를 외면하던 정치냉소주의자를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계명된 시민의 존재를 가정합니다. 따라서 정치냉소주의자는 민주주의의 최대 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냉소주의자는 기본적으로 정치인이라면 모두 싫어하는데 페로와 같이 성공한 갑부가 정치인이 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포퓰리스트의 등장으로 언론은 새로운 정치시장을 개척하게 된 것이니 새로운 독자층을 위해 페로 기사를 쏟아놓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언론의 상업주의가 페로와 같은 포퓰리스트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는 말입니다.

안철수는 전형적인 포퓰리스트

이 글을 읽으면서 왜 자꾸 안철수 의원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고요? 안철수 의원은 페로와 너무도 흡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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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탈당 선언 "지금 야당엔 답 없다" 새 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탈당 선언을 한 안 전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하고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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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 의원은 늘 하는 이야기가 "국민에게 물어보라"는 것입니다. 그의 출마선언문에는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지면 좋겠습니다"와 유사한 표현이 세 번이나 등장할만큼 국민이 단일한 의사를 갖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2) 중앙당을 없애고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줄이자,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그의 제안은 학자로부터 이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반면 자신의 '진심'을 강조함으로써 정치를 제도보다는 사람의 마음의 문제로 환원시켰습니다.

3) "저는 제 역량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국가의 리더라는 자리는 절대 한 개인이 영광으로 탐할 자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려고 합니다"라는 출마선언문은 다른 포퓰리스트와 마찬가지로 소명의식으로 정치에 투신했음을 보여줍니다.

4) 새정치민주당이 탄생하는 과정이나 대표로서의 그의 리더십, 지난 대선 캠프에서의 의사결정과정이 비민주적이고 폐쇄적인 사조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이미 많은 분들이 목격했습니다.

5) 새정연 분열과 안철수의 탈당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입니다. 전세계 포퓰리스트 누구도 조직 내에서 화합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누구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 는 지난 몇 년간 안철수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결국은 포퓰리즘 연구로 귀착하게 되었습니다. 안철수캠프의 박선숙은 안철수가 지지를 받는 건 양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 때문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경험적 연구결과 정당불신자들은 안철수를 지지하지 않았고 오히려 민주당을 신뢰하는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했었습니다. 박근혜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겠지요.

오히려 무당파층 중에서 안철수 지지자들은 페로 지지자와 유사하게 정치냉소주의자들이 유의미하게 발견되었습니다. 안철수의 가장 큰 공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국민을 정치에 관심 갖게 만든 것이라고요? 그게 바로 포퓰리즘입니다. 포퓰리즘은 대의정치를 부정하고 정당을 망치기에 민주주의 정치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모든 정치학자들의 일관된 생각입니다.

안철수현상은 이미 살펴본 것처럼 후진국현상이며 금권정치, 언론의 상업주의가 판치는 곳에서나 발견되는 비정상적인 반정치 현상입니다. 정치는 기업경영보다 더 복잡하고 전문성을 요합니다. 아무나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이 안철수현상을 만들어냈고 내분에 휩싸여 아무 것도 못하는 무기력한 야당을 만들었습니다.

정치발전이란 사람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 제도화와 동의어입니다. 안철수현상을 만드는데 기여한 언론인들은 이제부터라도 차분히 과거를 복기하고 성찰함으로써 독일의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국 민의 삶은 점점 더 피폐해 가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적인 독주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안정되고 견고한 지지도는 박정희신화, 정당의 제도화, 씽크탱크로서의 여의도연구소와 유능한 스텝, 규칙에 승복하는 문화 등이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틈만 나면 김대중, 노무현을 신자유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두 분 대통령의 신화를 깨고, 포퓰리스트를 띄움으로써 야당을 분열하고 무능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진보언론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시비비를 분명하게 가려 야당이 가야할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할 언론이 자신들의 초기 오판을 감추기 위해 끝까지 잘못된 길로 인도한다면 진보언론이 설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시민의식이 안철수현상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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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 결행'을 막고자 13일 새벽 노원구 안 전 대표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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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철수의원이 지난 대선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고 지지도 추락으로 사퇴했고 자신이 만든 정당을 탈당함으로써 포퓰리스트 특징의 정점을 찍게 된 것은 그나마 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이 남미보다는 높기 때문 아닐까요. 안철수의원이 다른 나라의 포퓰리스트와 다른 게 딱 하나 있습니다.

포퓰리스트는 원래 기득권층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는데 안철수 의원은 대기업 말고는 일체의 기득권에 대해 적대감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오로지 문재인만을 상대로 싸웠던 게 시민들의 냉대를 받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진 보언론이 그토록 안철수현상을 주도했고 지금도 여전히 응원하는 이가 상당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시민의식의 승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진보언론이 아직까지 안철수현상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면서 반기문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68105&CMPT_CD=P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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