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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이 쁘락치일리는 없습니다.
게시물ID : sisa_6328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ltrask
추천 : 10/2
조회수 : 1670회
댓글수 : 28개
등록시간 : 2015/12/12 17:45:10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 라고 쓰고 귀찮아서 안썼다. 라고 읽으면 되십니다.  망설이다 써봅니다.

우선 저는 안철수 의원 2중대론이나, 쁘락치설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이상으로 안철수 의원에게 잘못된 지점이 있어 여기까지 오게 된게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은 제가 안철수 의원을 현재 한국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안철수 의원이 쁘락치가 아니라는 근거는 ,

안철수 의원이 2중대이거나 쁘락치였다면 지난번 대선때 그렇게 새누리당에서  미칠듯이 신경쓰면서 이걸 영입을 해야되나, 

우리편이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고 고심하지는 않았을거다.

하는게 첫째 이유고, (그 모든게 쑈였다고 생각하기에는..관련된 의원 하나하나가 칸 영화제 연기대상감이죠 그럼)


둘째로는 저는 이 사람의 '출발점' 이 선의였고, 여전히 '의도'는 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출발부터 이 사람이 사람들을 모두 속인걸까요?

인생 전체를, 나중에 대통령 한 번 해야지..하면서 그렇게 살아왔을까요? 

인생 전체를 대통령 한 번 하기위한 사기에 모든 것을 바치기에는 이 사람은 다른 길에서 너무 열심히 살았죠.

너무 성공했구요. 착하게 살았어요. 이제와서 맘에 안든다고 그 출발점까지 왜곡하는건 , 이해는 가는데

별로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선의로 출발했을거에요.

그리고 아마 여전히 , 적어도 본인은 진정성을 갖고 하고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게 제가 안철수 의원이 지금 정치계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이유이며,

동시에 안철수 의원이 크게 되지 못할거라는 제 최초의 확신, 그리고 그에 대한 일종의 불신의 뿌리가 되는 지점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처음 시장이나 대선 얘기 어쩌고 할 때, 저는 디스를 시전했었는데요.

심지어 집에서도 욕을 먹었다. 저런 훌륭한 사람을 왜 깎아내리냐며...그러나 이제는 아버지가 저를 우러러봄. 승리..v

크게 세가지 이유였습니다. (기니까 반말 양해 부탁드립니다.)


1. 뭐든지 해봐야 안다. 해보지 않았다면 최소한 공부를 많이 해야 방향성이나 큰 틀이 잡히는데,

이사람은 정치적인 행위를 해본적도 없고, 공부를 하지도 않았다. 

좋은 변호사가 좋은 과학자는 아니듯이, 좋은 과학자가 좋은 기술자는 아니듯이,

분야가 다르다면 거기에 대한 경험이나 오랜 고민, 공부, 적어도 셋 중에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이 사람이 이야기하는 비전은 언제나 그냥 듣기 좋은 소리일 뿐 아무것도 구체적인게 없었다.

난 그냥 이 사람이 늘 성공하고 잘됐던 사람이니, 이걸 너무 만만하게 보고 접근한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2. "격정"이나 "분노", "슬픔"이 결여되있다. - 이건 아주 중요한 이유였다. 적어도 나에게는.

맹자가 왜 "의"를 이야기 할 때 - 선한 것을 사랑하는 마음, 이라고 말하지 않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수오지심)" 이라고 말했겠는가.

선량한 것과 의로운 것은 다르다. 선량해지는 것은 노력과 온정만으로 충분하지만, 의로워지는데에는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

그리고 용기와 각오는 결국 악에 대한 분노, 약자를 보며 느끼는 깊은 연민과 슬픔에서 나오며, 그런 깊은 분노와 슬픔은 격정적 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람이 정의를 말할 때 나는 분노를 느껴본적이 없다. 이 사람은 말은 나쁘다 나쁘다 하는데, 그다지 분노하고 있지 않더라. 

함께 사는 세상 어쩌고 할 때도, 그냥 공자왈 맹자왈 하는 느낌으로 말하더라. 

나는 그에게서 한번도 악에 대한 뿌리 깊은 분노나, 약자에 대한 깊은 연민과 슬픔을 느끼지 못 했다. 

이건 사실 나에게 아주 중요한 (어쩌면 가장 중요한) 대목이었는데, 도덕책에 나오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이

말하는 연민과 정의란 아주 얄팍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체험이나 고뇌가 동반되지 않은 도덕은 금새 그 도금이 벗겨지기 마련이다.

대업에는 큰 시련이 따르고, 인간은 부담이 커졌을 때 신념이 그것을 넘어설 정도로 강하지 못하면 결국 변절하거나 포기하게 되어있다. 

신념이란 이론이라기보다 체험과 감정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이 사람의 신념에는 체험과 감정이 결여되어 있다는 느낌을 깊이 받았다. 

진정성은 있다. 그런데 그 신념의 깊이가 얄팍하다는 것 이다. 쉽게 생각해보자.

돈이 없어 가까운 이를 떠나보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생각하는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신념과

이론을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료보장제도에 대한 신념의 깊이가 같겠는가?

둘 다 그길을 꾸준히 판다면, 그래 둘 다 진정성은 있을 것 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두개를 같은 무게로 생각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가진 신념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감정과 체험인 것 이다. 

감정과 체험이 결여된 사람의 신념이란 의외로 쉽게 뒤집히는 것 이고, 말하자면 필사의 각오라는게 없다는 것 이다.

그게 내가 안철수를 좋지 않게보던 두번째 이유였다. 

이 사람의 도덕과 신념에는 감정과 체험이 결여되어 있다. 

이 사람은 진짜로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싸우는 사람이라기보다, 내가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세상을 위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내가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싸우는 사람이지. 진짜로 약자를 위해 싸우는 사람은 아니다. 

진심? 없다. 이런 이유로 싸우는 사람들은 자기가 좋은 사람인게 더 중요하다.

자신을 도구로 세상을 좋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은 사람이고 싶어 세상을 도구로 삼는 사람이다.


3. 의심이 부족하고, 실패가 부족하다. - 현 사태를 불러온 것은 아마도 모두 이것 때문일 것 이다.

안철수 의원은, 알다시피 좌절이나 실패를 겪어본적이 없다. 인간은 성공이 반복되면 자기의 단점을 돌아볼 줄 모른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누구나 그럴것이다. 아니 실패한적이 없는데 뭘 돌아볼 필요가 있는가.

내가 쟁취한 승리의 열매를 음미하면 되는 것 이다. 성공은 인간에게 달콤함을 가져다주고, 실패가 인간을 성숙시킨다.

우리는 자꾸만 좌절해야 돌아본다. 나의 단점은 무엇인가.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가.

세상에 정말 정의라는게 있긴한건가.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왜 이러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민이 계속 되고, 불면의 밤이 지속되고..

나와 세상을 미워하고 원망했던 깊이만큼, 잠들지 못하고 이불을 뒤척였던 밤의 수만큼, 고통과 분노와 좌절로 흘렸던 눈물의 수만큼,

우리는 나와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것 이다.

이건 아주 중요하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세다. 

-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고, 세상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나는 언제나 틀릴 수 있다.

나의 감정은 가짜일수도 있다. 나의 판단은 잘못될 수도 있다. - 

바로 이런 의심이 사람을 겸손하게 만들고, 성숙하게 만들며, 이 고민을 많이 또 깊이 있게 해본 사람만이 

인생은 한발 한발 더듬어가며 좌충우돌 나아가는 것 이고, 그래서 한번의 실패에 기죽을 이유도 없으며

성공이 온전히 내덕일 수 없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 이다.

그렇게 깨닫게 되는 것 이다. 내가 좋은 사람도 아니고, 완벽한 사람도 아니며, 남들 또한 다들 그렇다는 것을.

그런데 , 안철수 의원은 이 경험이 부족한 것 이다. 현 사태를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은 사실 안철수 의원의 이런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나는 진정성을 가지고 하고 있고, 내가 가진 것 내려놓고 욕먹고 힘들게 하면서 희생하고 있는데 왜 내말을 안들어주는거지?"

이 생각이 아마 안철수 의원의 작금의 행태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일 것 이다.

의심할 줄 모르는 것 이다. 어쩌면 나의 진심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얕은 것 일 수 있다는 의심. 

내 진정성이 의외로 얄팍하고 별 거 아닌, 다른 사람들이 멋져보이고 싶은 마음에 걸친 명품백처럼,

나의 선의 역시 그런 싸구려 사치품이고, 허영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심.

내 선의가 아무리 진심이라 하더라도, 내 선의와 무관하게 내가 내리고 있는 결정이 잘못된 결정일 수 있다는 의심.

이게 부족한 것 이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은 좋은 사람이었고, 또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게 문제인 것 이다. 평생 좋은 사람이고 성공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사람은 내가 나쁜 사람일수도 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일 수 있다.

혹은 사람들이 나를 좋지 않게 보거나 , 내 생각이 틀렸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상상을 못하는 것 이다.

다른 사람이 악의적일 수 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다 믿으면 안된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어도 틀릴 수 있고,

나쁜 사람이어도 맞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을 못하는 것 이다.

(박경철씨가 그런 얘기를 했었다. 이 사람은 누가 무슨 말을 하면 의심을 할 줄 모른다. 본인이 말을 할 때도 그런 화법으로 말을 한다고.

어린 아이같이 생각하는 것 이다. )

결국 내가 문제가 없다면, 일이 자꾸만 잘못되는건 누구탓일까? 남탓일수밖에 없는거다.

구태 정치인들 탓이고, 문재인 탓이고, 내 진정성을 모르는 사람들 탓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렇게 안철수 의원은 매일 문재인을 탓하고 새정치를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이다.

자기의 진심과 비전이 잘못되있다는 생각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꾸만 일이 안풀리니 할 수 있는게 남탓밖에 안 남은거다.

그런 의심이 부족하니 자꾸만 다람쥐 챗바퀴 돌 듯 헛발질 하고 남탓하고 나가네 마네 하면서 싸우는 것 이다.

자기 잘못이라는 생각이 없으니 억울하고 화나고, 문재인이 나빠보이고 사람들이 야속해 보이는 것 이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안철수 의원이 현재 야권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폭풍의 실체다.

그리고 이사람은 이득으로 설득되는게 아니라,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더 위험한 것 이다.

자기가 옳은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그게 관철이 안되는 것은 사람들의 문제다.

이 생각이 커지면 결국 계속 싸움을 일으키다가 여기저기 가보면서 휘둘리거나, 물드는 것으로 결말이 날 것 이다.


- 어떻게 끝내야 할지를 모르겠네..

아주 중요한 추신.

안철수 현상이 왜 일어났을까? 기존의 정치에 신물이 나서? 정말? 난 아닌 것 같던데.

난 안철수 밀어줄 때 진심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느꼈다.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그냥 껍데기 바뀐 MB 였으니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불의에 저항한적 없고, 정의로워본적 없고, 희생해본적 없으니까.

깊이 있는 철학, 지혜로운 비전,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 공동체에 대한 희생과 헌신.

정의로움. 그런것들이 지도자의 역량이다. 

돈을 얼마를 벌고 성공한건 상관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성공과 명예인 사람은, 지도자가 되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대통령자리는 성공드라마의 완결이다.

평생 나만을 위해 살던 사람이 어느날 개심해서 사람들을 위해 일한다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평생 성공에 쏟은 열정만큼, 사회에 대한 관심과 공부는 적을 수 밖에 없는 것 이고,

그렇게 얄팍한 애정과 공부로 돌아갈 수 있을만큼 6000만명이 모인 이 나라는 간단하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세상이고 사람이고 정의인 사람이 지도자가 되야하는 것 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 그런 사람이 아니라 안철수를 지지했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이 왜 안철수를 지지했을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성공한" 착한사람 이었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 이 중요한게 아니고, "성공한" 이 중요한 것 이다.

그렇다. 사람들은 MB를 그렇게 겪어보고도 여전히 경제적 성공을 대통령의 중요한 구성성분쯤으로 여겼던 것 이다.

"나를 돈 벌게 해줄 것 같은 사람" , "내가 먹고 사는데 조금 편하게 해줄 것 같은 사람"
(MB의 부정은 나를 못 먹게 살고하니, 이 사람은 그렇게 안할거고 그래서 내가 잘 살 수 있게 될거라는 환상)

이 지점에서 MB 지지와 안철수 지지는 똑같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지만, 사람들이 투영한 욕망은 같은 것 이었다. 

애시당초에 지도자의 자질이 뭔지를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지도자를 볼 눈 따위가 있을리 만무하다.

사람들은 지금 안철수를 욕하는데, 나는 한번쯤 돌아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무서운 점은, 지도자가 뭘 하든간에 궁극적으로는 그 사람을 알아보지 못 한 국민 수준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안철수가 얼마나 나쁘고 얼마나 잘못하고 있는지를 욕하기 이전에,

우리가 앞으로 사람을 잘못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MB를 욕하고 박근혜를 욕하고 안철수를 욕하고 주승용, 김한길을 욕하고..

내가 보기에 그것보다 훨씬 근본적인 것은, 우리가 그런것들에 휘둘리지 않는 눈을 가지는 일이다.

누구를 욕하고 몰아내도 그 자리에 똑같은 놈 들어오면 또 똑같다.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 진짜 지도자의 자질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알아볼 지혜를 가지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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