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5살 대학생입니다.
지금에 와서야 나름 얼굴 펴고 살고있지만, 제 어린 시절은 그다지 사교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에도 사교성이 낮아서 친구와 이야기하기보다는 혼자서 책 들고 다니면서 읽거나 하는 편이었죠.
당시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 같은 게 흔하지도 않고, 기껏해야 전자사전이나 pmp를 들고다니는 녀석들은 부르주아였지요.
그래서 커뮤니티를 이용하지도 못하고, 그저그런 클록킹 학생이었던 저는 주변에게서 소외된 녀석이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제게 말을 걸었던 녀석이 있었습니다.
그게 좋은 인연이었으면 모를까. 당시 성적이 그럭저럭 상위권이었던 제가 눈치보기에 맘에 안 든 녀석이었습니다.
그 녀석은 제게 시비를 걸었고, 저는 그런 것에 경험도, 면역도 없어서 당황하였고, 그 후 죽-내내, 중학교 3년을 내리 따돌림과 이유없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변명을 제대로 할 말주변도 없어, 실수를 하면 실수하는 대로, 어째서인지내가 한 것도 아닌 잘못이 제게 덮어씌워지는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해서야 그 나날에서 해방되었지만, 그 경험은 충격으로 남아 고등학교 시절까지 이어졌습니다. 성적은 점점 떨어져 어느새 지방 국립대를 들어갈 정도로 낮아져버렸습니다. 고1때는 나름 교내 기숙사반도 들어갔었는데, 어느사이엔가 성적이 조금씩 떨어져가더군요.
노력이 부족했던 걸까요. 아니면 의욕일까요. 저는 적어도 코피가 흐르도록 공부를 멈추지 않았는데......어느새인가 맘 속이 꺾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군대를 갔다 오면서 그 속에서 부대끼며 해소를 했는진 몰라도 많이 밝아졌다 여겨져, 대학에 들어와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아도 피가 거꾸로 치솟은 일과였는데, 오늘 그 놈을 보았습니다.
저보다 좋은 대학에 다니는 걸로 보이고, 친구들과 낄낄거리고 있더군요.
제 옆에도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순간 피가 거꾸로 치솟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십여년이 지나서 얼굴도 흐릿했는데 그 놈 면상이 왜 이렇게 눈에 박히던지요.
달려가 빈 병으로 머리를 후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른이 된 마음에 그럴수도 없었고, 그저 망연한 마음으로 그 놈을 지나보냈습니다.
알아보았다면 어땠을까. 알아본다면. 그리고 말을 건다면.......주먹을 움켜쥐고 손바닥이 까져라 손톱으로 손바닥을 눌러봐도 분이 풀리지 않고 속이 답답합니다.
가끔가다 오유에서 역관광=이라는, 괴롭힘을 당했던 녀석에게 되갚아주는 경우도 많던데......저도 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눈물도 흘릴 수가 없어서 그저 이를 악물고 남은 시험범위를 암기하다가. 가슴에 한이 차서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