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필수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문제풀이식의 단편적 지식만을 암기하게 될 것이다."
우선 질문을 드립니다.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배움의 기회를 차단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그럼 맞는 것일까요?
현행 입시의 선택과목 체제는 필연적으로 소외된 과목을 야기하며, 동시에 학습부담을 늘리는 구조적 문제를 가진 시스템입니다.
역사과목의 특성상, 다른 사회과묵들에 비해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이 경우 하위권 학생들이 먼저 '만세'를 외치고 빠져나가기 시작하죠.
예를 들어줄까요? 시중 문제집에 "사회문화 3일 완성"같은 류의 책이 있습니다. 암기해야 할 개념이 그만큼 적거든요. 응용과 해석이 많은 것이지, 암기해야 할 개념은 대단히 적습니다. 반면, 한국사나 세계사를 볼까요? 최소한 세달은 꾸준히 공부해도 그 내용조차 파악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로인해 일단 하위권 학생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현 수능은 상대평가입니다. 중위권 학생들이 졸지에 하위권 등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시 그들이 빠져나갑니다. 중상위권 학생이 이제 하위권이 되었죠? 그들은 어떻게 할까요? 맞아요. 공부 죽어라 해도 등급 안나와요. 그래서 또 빠져나갑니다. 이게 10년이 반복되었어요.
작년까지의 수능'국사'과목이 그랬습니다.
필수로 반영하는 서울대 지원자들, 그리고 역덕후 급의 관심을 가진자들의 전유물이었고, 다른 학생들은 공부하고 싶어도 공부 못하는 과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애들 모아놓고 또 9등급으로 쪼개줘야 합니다.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징그럽게 어렵게 됐고요, 역덕후들만의 전유물이 되었음에도 그놈들 모아놓고 원점수 50점만점에 평균 20대 초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등급 나오려면 만점나와야 합니다. 48점나오면 2등급나와요.
이건 한국사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차단한겁니다. 선택하지 말라고 강요하는거에요.
그 결과는 수능 선택률은 최하위권이며, 일선 학교의 역사교사들조차 "국사 선택 하지마라, 등급 안나온다"고 권고를 해야하는게 현실입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선동'이라 외치며 정작 자기들은 국정원 요원들에게 선동당한 중고딩 충들의 양산이네요.
이게 정상인 상황입니까?
네, 비판자들의 말대로 수능필수화 되면 지식위주, 문제풀이 위주의 역사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역사과목 및 수능 문제의 특성상 문제풀이 하려면 단순 암기가지고 안되요. 그 시대의 역사상과 기본적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풀 수 있도록 사료 및 자료 해석 중심으로 나옵니다. 공무원 시험과 수능문제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안의 방향이 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선택을 보장한다는 미명하에 배우지 못하도록 기회를 차단하는 것 보다는 단편적 지식이라도 아는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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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필수화가 최선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꼬일대로 꼬여 건드리기조차 힘든 현재의 입시 현실에서 최소한의 역사교육을 위한 '차악'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이야기가 나오는 역사의식과 사고력.
이 부분은 교과서나 문제집과 수능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가르치는 일선의 역사교사의 역량에 기대어 보는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