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2 - 무엇이 게임을 게임답게 할까?
게시물ID : gametalk_2856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diac
추천 : 3
조회수 : 577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2/08 02:15:04

인디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2

  -무엇이 게임을 게임답게 할까?

 

게임은 주로 그림과 텍스트와 음악과 스토리 등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게임은 그림도 텍스트도 음악도 스토리도 아니며, 또 단순히 이것들을 합쳐놓은 것도 아니다. 누군가가 지금 흘러가는 그림에 스토리와 대사를 넣고 적당한 음악을 틀어놓았다고 상상해보자. 이것을 두고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게임은 이런 요소들을 적당히 버무려 놓는다고 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는 그림과 텍스트 등 많은 요소들을 한 데 모아 게임이라고 불리게끔 하는 어떤 무언가가 있다. 아마 이 무언가야 말로 게임성 혹은 게임의 본질이지 않을까. 무엇이 게임을 게임답게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이 게임성, 게임의 본질이 무엇인지 탐구해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와 게임은 종합예술의 성격을 띤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예외 사항이 분명 존재하기는 하지만 많은 영화와 게임들이 영상과 텍스트, 스토리, 음악의 종합이다. 더 나아가 요즘 AAA게임들은 종종 영화와 잘 구분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스토리 작가를 따로 고용해 스토리에 힘을 주고, 기존의 게임들보다 더 좋은 그래픽을 앞세워 홍보하는 등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들을 게임을 만드는 데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많은 게임 리뷰어들 역시 게임을 평가할 때에 스토리나 영상미, 사용된 음악의 아름다움 등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기준들은 주로 영화를 평가할 때에 사용되는 기준과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영화와 게임은 다른 장르임이 분명하다. 몇몇 AAA게임들이 영화를 모방하고 또 많은 수익과 팬들을 이끌고 다니기는 하지만 이것은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한 대기업들의 일탈 (혹은 타락)일 뿐 게임의 본질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게임의 본질은 아무래도 플레이어의 능동성에 있다.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저 앞에 스크린이 있다. 스크린의 왼쪽에는 투구를 낀 기사가 서 있고 오른편에는 커다란 용이 똬리를 틀고 있다. 우리가 스크린 앞에 놓인 의자에 앉자 멈춰있던 화면이 재생되기 시작하고, 투구 낀 기사는 용을 깨워 싸우기 시작한다. 몇 분간의 전투가 이어지고 결국 우리의 기사가 승리를 거둔다. 용의 뒤편에 있던 보물들을 짊어지고 용사는 마을로 돌아간다.

우리가 방금 상상으로나마 체험해 본 것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마 게임보다는 영화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고렇다면 이런 상황은 어떨까

저 앞에 스크린이 있다. 스크린의 왼쪽에는 투구를 낀 기사가 서 있고 오른편에는 커다란 용이 똬리를 틀고 있다. 우리가 스크린 앞에 놓인 의자에 앉자 조이패드 하나가 튀어나온다. 조이패드를 이리저리 움직이자 투구 낀 기사가 좌우로 움직이고 점프도 하고 칼도 휘두르고우리는 기사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왼쪽으로 직진해서 마을로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는 괜시리 용의 뒤에 놓인 보물(로 보이는 데이터쪼가리)가 탐나기 시작했고, 결국 용을 깨워 싸우기 시작했다. 몇 분간의 전투가 이어지고 결국 우리의 기사가 승리를 거둔다. 용의 뒤편에 있던 보물들을 짊어지고 용사는 마을로 돌아간다.

자 이번에는 좀 게임이라고 불러볼 수 있을까? 같은 화면, 같은 스토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A는 영화에 가까운 무언가라고 느껴지는데 반해 B는 짧고 전형적이기는 하지만 게임이라고 느끼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AB 둘의 유일한 차이는 바로 조이패드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작품에 참가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A의 진행은 일단 의자에 앉기만 하면 우리와 상관이 없다. 우리가 춤을 추던 노래를 부르던 조이스틱을 연결하건 기사는 용을 잡고 마을로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B의 경우 진행은 우리에게 의존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우리가 조이패드를 조작하지 않는 이상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며, 작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플레이어가 한 행동의 결과가 된다.

 

필자의 솜씨가 모자란 까닭으로 돌고 돌아 오긴 했지만 아무튼 이제 어느 정도 결론에 도달한 것 같다. 게임은 그림, 텍스트, 스토리 등 많은 요소들이 합쳐진 종합예술의 성격을 띠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에 의해서 작품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작품 자체가 변화하고, 따라서 플레이어의 체험이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다른 장르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게임의 특징이다.

게임을 분석하고 평가를 내릴 때에, 게임의 영상미와 음악, 스토리를 분석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이것은 영화의 감상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평가 내릴 때에는 플레이어에 의해 게임 내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이 변화가 어떻게 다시 플레이어에게 받아들이어 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이러한 작업 없이 다른 요소들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게임을 평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떤 것의 본질에 대해 전혀 이야기 하지 않고 무언가를 평가 내릴 수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다소 기만적인 태도가 아닐는지. 어떤 게임의 OST가 마음에 들어 작곡가를 알아보고 OST를 분석해 리뷰 할 수 있으며, 때때로 이것은 매우 의미 있는 비평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비평 하나만으로 게임의 가치를 단정 짓는 것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것이다.

 

인디 게임 개발자로서 게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이 이번 연재물의 목표였는데 이제 어느 정도 게임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끝낸 듯 합니다. 다음 3부에서는 게임의 개별적인 요소들, 예를 들면 그림이나 음악, 스토리 등이 게임의 본질과 어떻게 연관되고 상호작용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계획입니다. 길고 지루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도 일개 게임 개발자일 뿐인지라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저는 외돌프 카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http://feelds.tistory.com/2 - 1부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