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로스쿨이 옳은지 사시가 옳은지에 대한 논쟁으로 가는 것 같은데요, 지금 논의되는 것은 로스쿨을 없애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시를 일부 존치시킬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자는 것이고, 그것도 지금 결론내기에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지난 것이 아니니까 4년 정도 더 지켜보자는 거에요.
물론 사법시험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매우 많다면 또 논란거리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존치시키는 동안 뽑을 인원은 대략 20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반면 로스쿨 출신으로 변시 합격하는 인원은 정책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현행 수준이 유지된다면 1500명 정도 될 겁니다.
일본이 연 3000명 선발계획을 포기했는데, 일본 수준으로 합격자를 낮추면 대략 로스쿨 출신으로 변시 합격하는 인원이 800명 정도로 떨어질 수도 있기는 하겠죠. 그래도 사시 출신의 4배를 뽑는 겁니다. 현행 상태가 유지되면 7~8배를 뽑는 것이고요. 그러니 로스쿨이 지배적인 변호사 공급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로스쿨을 아예 없애고 사시로 돌아가자는 것도 아닌데, 사시 지지자들도 로스쿨 지지자들도 조금 핀트를 잘못 맞추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래 어느 분께서 언급을 하셨는데, 정작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로스쿨이냐 사시냐가 아니라, 그래서 몇 명을 선발하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변호사로 진출하고 나면 어느 트랙으로 변호사가 되었는지는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실력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그 실력차이라는 것이 수임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사실 고객들은 자기가 찾아간 변호사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잘 이해가 안 가시면 의원 찾아가시는 경우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찾아간 의원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찾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러니 이 문제로 이렇게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저는 로스쿨 생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이유가 잘 이해가 안 돼요. 사시가 존치되더라도 로스쿨 생들이 입학할 때 기대했던 변호사가 될 기회는 그대로 보장되거든요.
애초에 로스쿨 제도가 도입될 때 로스쿨 지지자들이 주장했던 것은, 변호사를 많이 배출한 다음에 시장이 선택하게 하면 된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니 로스쿨 지지자들이 주장한대로 로스쿨 출신들의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면, 사시가 명맥을 유지하더라도 로스쿨 출신들이 시장을 장악하겠죠. 그러니 사시 존치에 민감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러니 불필요한 논쟁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