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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변+무료법률자문
게시물ID : sisa_6312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변변
추천 : 16/2
조회수 : 2220회
댓글수 : 118개
등록시간 : 2015/12/06 23:55:16
안녕하세요. 오유에서 만3년 넘게 무료법률자문을 해왔던 이변변이라고 합니다.(누적 건수로는 천건을 넘어가네요^^)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로스쿨 출신 변호사입니다. 이전에도 간간히 로스쿨 vs 사법고시 논쟁이 있어왔고 저도 의견을 낸 적이 있습니다만 최근의 일련의 사태와 관련해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 글을 하나 올립니다. 귀중한 시간 내시어 한번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선 이야기에 앞서 말씀드리지만 로스쿨 제도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사시존치론자들이 주장하는 논거 중에 귀담아 들을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재 가장 많이 회자되는 로스쿨에 대한 비판 내지 사시존치론은 많은 부분 거짓입니다.
 

1. 왜 새누리당과 조중동이?
 

그닥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화두로 던지기에는 이만한게 없을듯합니다. 일단 사시존치론이 김무성 대표를 위시로 한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주장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또한 조중동 보수 언론도 한결같이 사시찬양, 로스쿨까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진정 로스쿨은 기득권을 위한 것이고 사시가 서민을 위한 것이라면 대체 왜 이럴까요? 여러분은 최근 새누리당의 두 정권을 거치면서 서민과 기득권간의 싸움에서 새누리당이 단 한번이라도 진정 서민편을 드는 것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대체 왜 이들이 사시존치에 목을 맬까요? 정말 정말 우연히 이 쟁점에 대해서만 새누리와 보수언론이 진정으로 서민 편을 드는 것일까요? 우리는 일단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사시존치를 부르짖는다는 것만으로도 진정 사시가 서민을 위한 것인지 의심해볼만큼 충분히 당하지 않았던가요?
 

2. 밥그릇 싸움?
 

맞습니다. 사시존치 vs 로스쿨은 밥그릇 싸움입니다. 이후 설명하지만 일부 연수원 출신법조인+고시생+신림동업자들과 로스쿨변호사+로스쿨학생+로스쿨준비생 간의 치열한 생존경쟁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익 내지 미래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죄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밥그릇과 상관없는 대중들의 입장입니다. 무릇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다툼이 있으면 자신의 밥그릇과 상관없는 다수의 대중은 어느 쪽의 주장이 좀 더 사회발전과 다수의 행복에 이바지하며, 정의관념에 부합하는지를 따져 자신의 입장을 정리함이 옳습니다. 하지만 두 세력 중 한 곳에 언론을 포함한 의제설정능력과 권력이 집중되어 있으면 대중들은 오히려 자신의 이해와 배치되는 입장을 취하곤 합니다. 전 이 사안이 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3. 로스쿨=금수저?
 

실제 예를 드는 것이 가장 좋을 듯합니다. 저는 부모님이 저 장가가면 전세라도 마련해주시려고 모아놓은 돈이 있어 운 좋게 학자금 대출 없이 서울 상위권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대신에 결혼할 때 잔뜩 빚을 졌네요;;) 하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제 룸메이트의 사연입니다.
 

제 룸메이트는 지방광역시의 어려운 형편의 가정에서 태어나 아무것도 누려보지 못하고 자랐습니다. 아버지는 어릴적부터 형무소 드나드시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이 친구와 누나 두명의 자식을 키웠습니다. 학원이니 과외니 언감생심이고 네식구 단칸방에서 밥먹이고 학교는 다니게 하는 것이 이 친구 교육을 위한 투자의 전부였습니다. 다행히 이 친구가 머리는 매우 좋아서 항상 좋은 성적을 유지했고 수능을 보고 서울의 일류대학교에 진학할 성적이 되었지만 전액 장학금을 주는 지방거점 국립대의 법학과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법고시는 평균 수험기간이 5년입니다. 그나마도 붙은 사람이 평균 5년이 걸린 것이고, 사법고시에 도전하여 성공할 확률이 3%대에 불과하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입니다.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기간 동안 수험비, 생활비에 대해서는 어떠한 지원도 없고 그나마도 낮은 확률.... 이 친구는 단 한 번도 사법고시를 볼 엄두를 내지 못하였고 당연히 취업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다 졸업하던 해에 로스쿨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학비가 수천이라지만 이 친구처럼 차상위계층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예외없이 장학금이 지원됩니다.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제가 나온 학교 기준으로 이 친구의 경우에는 전액면제입니다. 그렇다면 3년동안의 생활비만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 매우 높은 확률로 변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친구는 로스쿨 제도로 인해 처음으로 변호사의 꿈을 꾸게 되었고 현재 4년차 변호사로서 대출 다 갚고 결혼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진짜 사시를 2년 내에 붙을 자신이 있는 상위 0.01%의 천재를 제외하고 내가 변호사가 될 자질은 있는데 소득수준은 차상위계층 혹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수많은 사람들중 하나라면
(1) 평균 5년걸리고, 학비는 따로 안들지만 학원비 들고, 생활비 대출도 안되고, 매우 낮은 확률로 변호사가 되는 사시
(2) 확정적으로 3년 걸리고, 학비는 비싸지만 전액 또는 일부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생활비 대출이 되고, 높은 확률로 변호사가 되는 로스쿨.
 

어느 제도가 날 위한 것일까요?
 

 

4. 개천에서 용나기?
 

이 말이야말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신양명 신화에 대한 로망을 자극하는 최고의 전략이라 봅니다. 사시존치론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구호이고 대부분 사람들은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하지만 과연 개천에서 용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까요?
 

일단 개천이 아닙니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사시:1%미만 < 로스쿨 : 6.1%입니다.
(관련기사 : http://m.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030)
*고졸출신 / 독학사, 방통대출신 법조인 배출 숫자는 사시가 10년간 3< 로스쿨 : 4년 간 57명입니다.(로스쿨측은 독학사, 방통대 출신)
*로스쿨 학생의 22% 이상이 연소득 2분위이하(2600만원이하) 저소득층 출신입니다.
*가족(친척) 중 법조인 비율은 사시가 33% > 로스쿨 : 26.3%입니다.
*지방대 출신 비율은 사시가 10.5% < 로스쿨은 17.4%입니다.
*SKY출신 비율은 사시가 77.2%(로스쿨 도입 전) 로스쿨은 55.5%입니다.
(관련기사: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
 

결론적으로 사시=개천. 로스쿨=금수저 라고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이 나면 안 됩니다. 사시는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몇년을 온전히 투자하는 수많은 인재들 중에서 단 3%만 용이 되는 구조입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요. 하지만 로스쿨 시대로 오면서 더 이상 변호사는 용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워낙 많이 배출되니 일류대를 나오고 대학원을 나와서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했는데 월급300만원 못받는 변호사들도 매우 많습니다. 저도 변호사되고 첫 1년은 로스쿨 입학전 연봉의 절반을 받았습니다. 변호사자격증은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기능할 뿐 더 이상 아무것도 보장해주지는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자격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사실이고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험으로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 것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솔직히 까고 말하면 저도 우연히 남들보다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을 타고나서 일류대를 가고 변호사가 된 것이지 남들보다 뛰어난 인격과 품성을 지닌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시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성공이 아닌 기회의 보장 정도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남들 위에 군림하는 자격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5. 그렇다면 그들은 왜?
 

 

일단 진정성을 가지고 사시존치론을 주장하는 분들도 많음을 인정합니다.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사시를 통해 입신양명하신 분들은 진정 사시야 말로 희망의 사다리라고 믿고 사시존치론을 펼치시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분들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어야지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자신의 이익 혹은 자신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기득권층을 위해 사시존치론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시출신으로 이미 공고히 기득권을 차지한 이들 혹은 그렇게 되고 싶은 이들에게는 다수의 로스쿨 변호사와 소수의 연수원 변호사가 공존하는 상황이 베스트입니다. 다수의 로스쿨 변호사=실력없는 금수저, 사시출신=실력있는 진짜 법조인 프레임을 만들면 중요하고 수임료 비싼 사건은 소수의 연수원 출신이 독점하고, 법원과 검찰의 기수문화도 더욱 공고히 하여 소수의 연수원 출신에게 법조 권력도 더욱 집중될 것이 뻔하니까요. 이에 반해 만약에 사시가 아예 없어진다면 새로 배출되는 모든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이므로 '로스쿨 변호사' ‘사시출신 변호사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고 괜히 변호사만 엄청 많아지고 평균 수임료는 하락하겠지요. 그래서 그들은 로스쿨 제도가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서 '로스쿨 폐지'가 아니라 '사시 존치'를 주장하는 겁니다.
 

만약에 진짜 그들이 서민과 대중을 위한다면 로스쿨 폐지 + 사시 인원 확충을 주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로스쿨 제도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직 로스쿨에 대한 개선논의는 본격적으로 시작도 못했습니다. 진실을 숨긴 채 희망의 사다리운운하며, 사법고시를 존치하여 병행하자고 하는 한, 로스쿨 개선이고 뭐고 사법고시 존치부터 막아야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내부적인 문제들에 대한 개선조차 논의되고 있지 못합니다.
 

- 등록금이 비싸다면 인하하도록 대책을 세우면 됩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수생들에게 공짜로 먹이고 재우고 교육시키고 거기에 월급까지 줬던 사법연수원이 문을 닫으면 그 비용을 등록금 지원으로 돌리는 것도 즉시 적용가능한 대안입니다.
- 입시과정이 불투명하다면 투명하게 바꾸도록 요구하면 됩니다.
- 변호사시험 및 채용 과정도 개선하면 됩니다. 이미 변호사시험의 성적은 공개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모두 장점과 단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로스쿨=금수저, 사시=희망의 사다리, 이런 거짓말 말고 진짜 장점과 단점을 고려하여 자유롭게 판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s: 어쩌면 추신이 더 중요하겠네요. 얼마전 제가 무료자문을 해드린다는 글이 제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오베에 가는 바람에 지난 3달 간 600분이 질의를 보내셨습니다. 야근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시간을 내었지만 절반인 300분 정도에게만 답변을 드렸습니다. 답변 못받으신 분들 정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절실함에 용기내어 사연 보내셨을 분들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시의성도 중요하기에 지난 메일보다는 최근 것들 위주로 답을 하고 있습니다. 만약 답을 못받으신 분들 중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않으신 분들은 예전 질문메일 복사하셔서 다시 보내주시면 좀 더 빠르게 회신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메일주소: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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