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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고려대학교 재학생이 고파스에 쓴 글
게시물ID : sisa_11362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티모긔여어어
추천 : 3/5
조회수 : 1853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9/08/23 00:32:44
이번에 첫 방학을 맞이한 00년생 19학번입니다. 정유라 사건을 겪을 때가, 불과 1~2년 전만해도 고등학교에서 지낸게 얼떨떨하기만 하네요.
어릴 때부터 꿈이었던 고려대학교에 입학했다는 사실도 아직은 얼떨떨합니다. 인구수가 우리학교 현재 재적 학생수인 촌동네에서 상경해서 생활하는게 믿기지가 않네요. 
첫 한학기 생활은 나름 재밌었습니다, 응원도 재밌었고, 친한 동기들과 마시는 술, 교류반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과대생활도 어찌어찌 할만했습니다. 학생들 끼리의 생활은 뭐,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렇지만 학교 내부는 맘에 들지 않더군요, 황금열쇠, 입실렌티, 이번 의혹까지.
황금열쇠나, 입실렌티 떄는 생각만했지, 그렇게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연서에 제 이름을 내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뭐랄까? 너무나도 허망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우리의 노력이 ‘어떤 사람’에게는 깃털 하나보다 가벼운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허망하더라고요.

지난 고등학교 3년간의 생활이 너무나도 참,,  저는요, 지금까지 동네 학원조차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시지만, 어머니가 갖고 계시는 명품이라고 할만한 건 전혀 없는 것 같네요. 고모가 지체장애를 가지고, 애까지 딸려있어서, 어머니와 아버지는 거의 20년 동안 두 집 살림을 도맡아서 지냈습니다. 고모의 전세비용이라든가, 사촌 형의 교육비라든가, 생활비라든가 하는 것들에 더해서 내 동생을 포함한 3형제를 키우는 것 까지..

11살 때 빚이 몇천만원에 이른다는 걸 몰래 듣고난 이후, 제가 어머님꼐 뭘 요청하는 것이 꺼림칙하더라고요. 너무나도 죄송스러워서. 그래서 노력했고 지금 고려대학교 까지 온 건데. 허망합니다.

제가 분노 한건 지금의 정치 세력에 관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가 뼈빠지고, 독하게 마음먹어야 이룰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은 큰 노력없이 간단하게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한 분노입니다. 게다가 부정 또한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본 것은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만약 10학번이었다면? 그 사람과 같은 전형을 쓴 사람은 피해를 보았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누군가 뼈빠지게 노력한 것이 전화 한통이라든가, 인맥이라든가 그런 것과 동급이라니..

기차표 끊었습니다. 두서 없이 적은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많은 사람들을 자유, 정의, 진리의 광장에서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 죄송합니다. 항상 걱정만 끼쳐드려서.

--- 8월 23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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