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지막회까지 본 드라마가 손에 꼽을정도로 없었는데(끝까지 챙겨보지 못하는 타입) 간만에 사람들한테 추천하고싶은 드라마예요! 방금 마지막회 보고 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아요..
사실 첫화를 보고 너무 무서웠고 그냥 연쇄살인을 다룬 내용인줄 알았고, 김혜진이 언급될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동공지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추리물일줄 알았는데 그 이상의 내용을 담아낸 작품이네요.
우선 성범죄로 인해 피해자들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잘 담아낸 것 같아요. 성범죄 피해자들의 모습과 심리를 다룬 드라마가 또 있었나요? 저는 대중매체에서 이런 소재가 다뤄졌다는게 참 의미깊었어요. 윤지숙이 피해를 입었던 30년 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까지도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는 달리 성범죄에서는 피해자가 오히려 더 숨기는 모순된 상황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지적한 것 같네요.
그리고 한소윤이라는 인물과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구성도 치밀했다고 생각돼요. 마지막화에서 한소윤이 자신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는데 그것 때문에 불편해하는 마을사람들이 생겼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어요. 이 대사를 들으면서 저는 요즘 논란이 되는 '가만히 있으라'가 생각났어요. 마을사람들이 진실을 숨기고 냉담하게 대하던 것은 끊임없이 '가만히 있으라'를 암묵적으로 말하던 것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좀 부끄러워졌어요.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저 인물은 자기 친언니도 아니고 오랜시간을 친자매처럼 지내온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유별나게 진실을 밝히려 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한소윤의 대사를 듣는 순간 저도 '가만히 있으라'에 길들여졌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실이 밝혀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꼭 관련된 사람들만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 외에도 여러 인물들의 심리묘사도 정말 좋았어요. 예를 들면 극의 초반에 서기현(온주완)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소윤에게 협조하면서도 자신의 가족이 살인에 연루되어있을까봐 따로 조사하러 다니는 모습도 세밀하게 잘 표현한 장면 중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그저 연쇄살인마가 누구냐를 찾아가기만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사회의 여러 모순점들을 꼬집어낸, 간만에 정말 많은 교훈을 얻은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