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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의 미국 시골생활 2
게시물ID : humorstory_442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걍하자
추천 : 81
조회수 : 4616회
댓글수 : 61개
등록시간 : 2015/12/03 10: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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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인터넷도 뭣도 없던 시절,
아내와 나 그리고 아들 J, 그렇게 우리 세 식구는 미국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서 한가하면서 지루한 주말 오후를 보내며 J의 학교친구인 클린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미국까지 왔으니 진짜 미국생활 한 번 해보겠다고 아내와 아들을 이끌고 한국사람 하나 없는 이 시골에 들어와 생활 한지도 벌써 꽤 되었었지요.
그런데도 아내와 나는 너무 한적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안정이 안되고 낯 설어지는, 그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었지요.
그에 반하여 J는 벌써 반쯤은 시골아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J는 매일 친구들과 이 집 저 집으로 몰려다니며 닌텐도 게임도 하고 TV도 보고 밖에서 뛰어 놀기도 하곤 했는데 J가 그렇게 지내는 것이 우리가 이 시골에 온 이유 중 하나 였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클린트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키는 보통 아이들의 머리하나는 더 있었고 어깨 또한 떡 벌어져서 J나 그의 친구들 보다 서너살은 위로 보이는 애 였지요.
클린트는 그 나이 때 아이들이 한참 빠져드는 닌텐도 게임도 하지 않고 TV도 잘 보지않고 밖에서만 노는 스타일의 애라서 J와 그 친구들과는 잘 안 어울리는듯 했습니다.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중에 목화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그 손님과 얘기하다 알게 되었는데  클린트 아버지는 목화 농사꾼 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목화 농사는 제가 가진 농사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 나더라고요.
우리 가게의 그 손님은 거의 300에이커 정도의 넓이의 카튼 농사를 짓는데 종업원이 불과 6명 이라고 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시간 있을때 자세히 물어 보니, 다양한 대형 농기구들을 그때그때 렌트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농기구 다루는 법만 익히면 힘든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농약은 약 뿌리는 전문회사에 전화 한 통만 하면 경비행기가 날아와서 땅에 닿을 듯한 저공비행으로 10분이면 약을 뿌리고 돌아갑니다.
가을에 거둬 들일때만 좀 힘들다고 하더군요.

흠, 이야기가 딴데로 흘렀군요.
어쨌든 클린트는 우직한 농사꾼인 제 아버지를 닮아선지 무뚝뚝하게 굴며 J에게 좀 까칠하게 대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이 동네에서 유일한 동양인 아이인 J가 친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걱정이 되었지요.
그래서 J와 클린트가 좀 친해 졌으면 하는 생각에 클린트에게 우리집으로 놀러 오라고 했던 거지요.

어쨌든 클린트는 자전거를 타고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J는 닌텐도게임을 하고 싶어라 했지만 오늘은 클린트와 친해지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억지로 뒷마당으로 내 보냈습니다.

우리집 뒷마당은 거의 1/4에이커 정도로 무지 넓습니다.
이곳에 처음 와서 월세 집을 얻어 1년 정도 살다가 집을 사서 이사했는데, 왜냐하면 집 값이 워낙 싸서 월세로 집 페이먼트가 충분 했거든요.
거기다가 무지막지하게 넓은 뒷마당 전체가 전부 보기좋고 놀기좋게 잔디밭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저는 좁은 땅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 답게 그만 훅 가버려서 앞뒤 생각 안하고 질러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여파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깍아주기, 트림해주기, 비료주기, 잡초제거하기 등등 할 일이 태산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잔디깍는 기계로 밀고 다니며 깍고 나서 몸살로 누워버렸지요.
그래서 타고 다니며 깍는 트랙터를 샀는데도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시간이 널널한데 사람을 쓸 수도 없고....  

아, 또 얘기가 옆으로 샜네요.
하여튼 뒷마당에는 제가 평상도 넓직하게 만들어 놓았고 축구공이니 야구 글러브니 애들이 놀수있는 것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애들을 내 보내고서 한참 후에 아내와 나는 배가 출출하자 애들을 불러 들였습니다.
J와 클린트에게는 핫도그를 만들어주고 우리는 라면을 끓였습니다.
그런데 J도 라면을 먹겠다고 해서 우리 셋은 라면을, 클린트는 핫도그를 먹었지요.
그런데 녀석이 핫도그를 먹으며 자꾸 우리를 힐끔거렸습니다.
아내가 눈치를 채고 클린트에게 물었지요.
"너 혹시 이거 먹고 싶니?"
클린트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습니다.
아마도 우리 세 식구만 다른것을 먹으니 그게 더 맛있어 보였나 봅니다.
아내는 라면을 하나 새로 끓여 주며 물을 큰 컵으로 한 잔 같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애들까지 포함해서 라면을 그렇게 맛있게 잘 먹는애는 처음 보았습니다.
요즘은 미국마켓에서도 한국라면을 팔지만 그 당시는 구경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처음 먹어 볼 텐데 말이지요.
물 세컵과 함께 라면하나를 국물까지 다 먹어버린 클린트는 연신 매워서 후후거리면서도 연신 맛있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 이후로 클린트의 우리집 방문은 잦아졌고 우리는 말 그대로 식구가 하나 늘어버렸습니다.
나중에는 김치까지 곁들여서 라면을 먹는 클린트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아내와 나는,
이 애는 틀림없이 전생이 한국인이었을 거라고 확신 했습니다.
자연스레 J와 클린트는 친해졌고 그 이후 다른 아이들이 J에게 찔벅대면,
"이 자슥들아, J는 내 친구야. 니들 한 번만 더 J에게 까불면 다 뒈진다?"
하고 애들에게 눈을 부라리곤 했지요.

미들스쿨때 헤어졌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진 지금까지 두 친구는 게속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클린트는 지금 경찰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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