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빠가 답답했다. 뭘 그리 세상 온갖 짐 다 끌어안고 어깨에 짊어지다가 무게를 감당못해 자꾸 엎어지시는지 이해가 안 됐다.
어릴적, 아빠 집안은 가난했다. 아빠의 남매들은 총 10명. 그 중 5명이 아사를 했고 남은건 5명. 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도 아버지 나이 15살에 돌아가셨다.
뼈저린 가난을 겪고 빚을 안은 채 자수성가를 하신터라 항상 미래를 걱정하고, 돈을 아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자식으로서의 죄스러움과 함께 투정섞인 원망도 피어났다.
이제는 만남보다는 헤어짐이 더 많으신 나이에서 조금 더 편히 쉬시고 좋아하는 것 좀 즐기셨으면 한다는 나의 바람에도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셨다.
"알았다" 술잔과 함께 아버지의 어깨엔 또다른 짐이 올려졌다.
나는 저렇게 되지말고 조금 더 즐기면서 살리라. 몇 번이고 다짐했는지 모른다.
피는 진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성격의 부정적인 면이 타인의 주 성격이면 본능적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 다. 꼴에 아빠 아들이라고 닮았다. 사람들과 어울릴 땐 사교성 좋은 엄마성격이 묻어나오지만 내면의 생각과 업무태도는 딱 아빠였다.
요즘들어 종종 아버지에게 낯간지러운 문자가 오곤 한다. "네가 태어나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맨 처음엔 참 낯간지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전에 애교부릴땐 말도 없었으면서 이제서 왜.
전에 어디선가 글을 하나 보았다. "늦기전에 사랑한다고 말하라" 그 뒤로 항상 위 어구를 실천해왔지만 막상 그에 대한 답을 아빠한테 받으면 남달랐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 답과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의 답.... 아빠의 사랑한다는 말은 항상 무게감있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문자를 받으면 울컥하거나 왠지 모르게 모른척 할 때가 많았다.
당신은 뭘 그리도 미안하신지 술 드실때 마다 미안하다고 하셨다. 차마 평소엔 꺼내지 못하고 술기운을 빌려서. 그리고 고맙다고... 철부지 같은 아들놈한테 뭘 그리도 말씀하시는지. 그 말 들을때 마다 멀쩡한 척 하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면 혼자 술 마시다가 울곤했다. 이런건 또 왜 엄마 닮아가지고 눈물이 많은지. 정말 드럽게 피곤한 성격이다 나는.
겨울바람이 더 추워지기 전에 오른손에는 아버지 좋아하시는 막걸리 하나 왼손에는 회 하나 떠서 고향집에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