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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게시물ID : gomin_15576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iel
추천 : 0
조회수 : 3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2/02 20: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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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아빠가 답답했다. 
뭘 그리 세상 온갖 짐 다 끌어안고 어깨에 짊어지다가 무게를 감당못해 자꾸 엎어지시는지 이해가 안 됐다. 

어릴적, 아빠 집안은 가난했다. 
아빠의 남매들은 총 10명. 그 중 5명이 아사를 했고 남은건 5명. 설상가상으로 할아버지도 아버지 나이 15살에 돌아가셨다. 

뼈저린 가난을 겪고 빚을 안은 채 자수성가를 하신터라 항상 미래를 걱정하고, 돈을 아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자식으로서의 죄스러움과 함께 투정섞인 원망도 피어났다. 

 이제는 만남보다는 헤어짐이 더 많으신 나이에서 조금 더 편히 쉬시고 좋아하는 것 좀 즐기셨으면 한다는 나의 바람에도 아버지는 묵묵부답이셨다.  

"알았다" 
술잔과 함께 아버지의 어깨엔 또다른 짐이 올려졌다.  

나는 저렇게 되지말고 조금 더 즐기면서 살리라. 
몇 번이고 다짐했는지 모른다.  

피는 진했다.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성격의 부정적인 면이 타인의 주 성격이면 본능적 거부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 다. 꼴에 아빠 아들이라고 닮았다. 
사람들과 어울릴 땐 사교성 좋은 엄마성격이 묻어나오지만 내면의 생각과 업무태도는 딱 아빠였다.  

요즘들어 종종 아버지에게 낯간지러운 문자가 오곤 한다. 
"네가 태어나줘서 고맙다" 
"사랑한다" 
맨 처음엔 참 낯간지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전에 애교부릴땐 말도 없었으면서 이제서 왜.  

전에 어디선가 글을 하나 보았다. 
"늦기전에 사랑한다고 말하라" 
 그 뒤로 항상 위 어구를 실천해왔지만 막상 그에 대한 답을 아빠한테 받으면 남달랐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 답과 
아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할 때...의 답.... 
아빠의 사랑한다는 말은 항상 무게감있게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문자를 받으면 울컥하거나 왠지 모르게 모른척 할 때가 많았다.  

당신은 뭘 그리도 미안하신지 술 드실때 마다 미안하다고 하셨다. 
차마 평소엔 꺼내지 못하고 술기운을 빌려서. 
그리고 고맙다고... 
철부지 같은 아들놈한테 뭘 그리도 말씀하시는지. 
그 말 들을때 마다 멀쩡한 척 하고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시면 혼자 술 마시다가 울곤했다. 이런건 또 왜 엄마 닮아가지고 눈물이 많은지. 정말 드럽게 피곤한 성격이다 나는.  

겨울바람이 더 추워지기 전에 
오른손에는 아버지 좋아하시는 막걸리 하나 
왼손에는 회 하나 떠서 고향집에 들어가야겠다.  

저 여기 왔어요. 
한 잔 하시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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