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꽃도둑
게시물ID : plant_98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롬이옹
추천 : 11
조회수 : 67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11/30 22:00:41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abs-250_abstracted.jpg
 
 
예전에 내 이웃이 하늘 맑은 날 화초를 햇살에 목욕시키기 위해 집 앞에 내어 놓았는데
누군가 그 화초를 가져갔다고 마음이 안좋은 것 같아 적었던 글입니다.
 
오순환씨는 제가 좋아하는 부산 작가입니다.
 
 
 
 
20140909_6.jpg
 
-부산 태종대에서 찍은 배롱나무 꽃-
 
 
 
꽃 도둑
 
아주머니 진짜 꽃도둑은 겨울이래요/ 롬이옹

네살박이 꼬맹이가  마냥 좋아 톡톡 끊어갔을까?
마당 넓은 집 아줌마가 허전함을 채우려 데려갔을까?
새벽 마실 다니던 할배가
추운 겨울날 한 잔 술로 몸 데울 술통 속에 집어 넣었을까?
꽃을 훔쳐간 이는 누구일까?
 
밤 사이 사라진 꽃을 찾아
산과 들을 헤매다 보니 어느새 산 봉우리
잡았다. 꽃도둑,
차가워진 바람, 식어가는 계절, 
너가 진짜 꽃도둑이구나!
 
꽃이 아름다운 줄,
사랑이 아쉬운 줄,
사람이 귀한 줄을 모르는구나
한동안 없이 살아봐야 무심한 네가 알지!
겨울 지나  되돌려 준다고 말하는 꽃도둑이
유유히 빠져나간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가을 하늘이 참 맑다.
 
 
abstractedbook46-7_abstracted.jpg
 
-넋나간 코스모스-
 
 
사람보다 더 심한 꽃도둑은 겨울입니다.
 
 
 
abstracted-20091006-4_abstracted_abstracted.jpg
 
-광안리에 핀 해국-
 
 
 
꽃 도둑의 변명
                 - Y 에게
                                정일근
(중략)
당신은 나를 꽃도둑이라 탓하지 마시라
훔쳐 오며 남부럽지 않게 잘 키우겠다고 약속했으니
해마다 나의 꽃밭은 향기롭고 빛날 것이다.
사람 떠나 보내면서 나는 배웠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사랑을 되돌려 주는 상처지만
꽃은 사랑한 만큼 상처를 꽃 피우는 사랑이어서
나는 꽃보다 아름답지 않은 사람을 사랑하는 대신
나는 꽃도둑, 꽃을 사랑하는 꽃도둑이 되었으니
어제는 덕현마을 가는 오솔길에서 별꽃 훔쳐다 심고
오늘은 무제치늪 산길에서 흰제비꽃 훔쳐다 심고
내일은 송씨 아주머니 흙담에서 수세미꽃을 훔칠 것이다
나는 꽃밭에 108가지의 꽃을 훔쳐서 심을 것이니
내가 가진 108가지 슬픔 꽃으로 피우고
108명 도둑이 사는 양산박의 주인 되어
벌, 나비 나는 이곳, 나만의 무릉도원에서
말하지 않아도 즐거운 열락으로 살고 싶은 것이니
그 꿈 또한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출처 꽃소굴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