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포기한 우완투수 김승회(35)가 SK에서 방출됐다. FA 자격 포기 후 팀 훈련에 합류해 내년 시즌을 준비 중이던 그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SK는 시즌 중과 마찬가지로 더 이상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SK는 최근 김승회에게 방출을 통보했다. 보류선수 명단 제출을 앞두고 구단 사무실로 그를 불러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2차례의 보상선수 이적 끝에 FA 자격을 취득한 김승회는 “FA를 선언할 성적은 아닌 것 같다”며 권리를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나 끝내 돌아온 건 SK의 방출통보였다.
김승회는 보상선수로만 2차례 이적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선수다. 2012년 말 FA 홍성흔(현 두산)의 보상선수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했고, 지난해 말 또 다시 윤길현(롯데)의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생애 처음 FA 자격을 얻었지만, 끝내 20인 보호선수 외 ‘21번째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FA 포기를 결정하면서 “아쉽지만 난 FA가 안 되나보다. 보상선수지…”라고 말했던 그는 마음을 다잡고 팀 훈련에 합류해 내년을 준비 중이었다.
사실 김승회는 올 시즌 SK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23경기서 1승1패 4홀드 방어율 5.92을 기록하고 7월7일 2군으로 내려간 뒤, 더 이상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SK는 팀 내 최고령 선수인 그를 오랜 시간 기다려주지 않았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첫 딸을 얻은 김승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에 임했다. 새로운 팀과 FA, 그리고 무엇보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그는 FA를 포기한 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혼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롯데에서 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승회는 ‘마당쇠’로 제 몫을 다했다. 선발(9경기)과 중간, 마무리를 가리지 않으며 146경기에 나와 12승12패 14홀드 24세이브 방어율 5.03을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에서 풀타임 선발투수 4명(송승준 옥스프링 유먼 린드블럼)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204이닝을 던졌다.
첫 번째 보상선수 이적팀이었던 롯데와 달리, SK는 그에게 냉혹했다. 어느 순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FA 신청을 앞두고는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까지 전달됐다. 철저히 ‘을’인 그와 같은 선수는 한껏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이럴 거면 날 왜 데려왔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선수생활을 관둘까 고민도 했지만, 가족을 위해 마음을 다잡았고 운동을 이어갔다. 결국 그는 방출로 FA와는 다른 의미의 ‘자유의 몸’이 됐다.
보상선수가 없어 오히려 이적에는 걸림돌이 없다. 아직 30대 중반으로 한창 선수 생활을 할 나이다. 몸 상태에 문제도 없다. 김승회는 “이젠 보상선수 없는 자유계약선수가 됐다. 30년 가까이 야구를 하면서 항상 팀에 해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한다. 아직 난 던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