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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1게 문학] 숨겨진 직업
게시물ID : maple1_11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펀치킹
추천 : 3
조회수 : 4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9/09 18:50:17
[본 내용은 사실과는 무관한 픽션입니다.]
 
때는 태양빛이 작열하는 8월 초순경의 일 이었다.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에어컨이 풀가동되는 시원한
장소를 찾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옮겨져 갔다.

어느 동네 후미진 곳에 쳐박혀 있던, 오래된 PC방 또한
그런 도피처들 중 한 곳이었다.

니코틴과 타르의 찌든내가  찐덕찐덕하게 엉겨붙은 이 곳은
우중충한 아저씨들만 한가득인 곳이었으나, 오늘은
조금 특별한 손님이 보이는 듯 하였다.

"아 ㅆㅂ..  다른 피시방 자리 미어터지네 ㅡㅡ..  역시
방학이라 초딩들 개많어 어흐.. "

"혁준아 근데 우리도 작년까진 초딩이었잖어.."
"좀 다물어라 빙시가튼노마 ㅋㅋ.".

쩐내가 배인 피시방의 정적을 깨뜨리는
불청객의 등장에, 내부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잠시 출입구 쪽에 집중되었다가 각자의 스크린으로 회귀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아는지 모르는지, 두 녀석들은 
그들이 앉을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아으..  여기 사람들은 뭐 롤도 안하고 우리 모르는겜밖에 안하네.."

"그러게..  게다가 우리둘 빼고 다 어른인거같어."

"걍 나갈까 승호야?"

"야 안돼 오늘 아니면 이벤트 참여하기도 힘들단말야. 지금 딴데는 다 자리없잖어."

혁준 역시 PC방 이벤트의 보상이 탐이 났던지라, 차마 나가진 못하고 가장 구석지고 사람이 없는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뒷 자리에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이상적인 자리였다.

"야 혁준아 ㅋㅋㅋ 저거 봐바..  뒤에 저아저씨 메이플한다 ㅋㅋㅋ 다 큰 어른이 초딩게임 하네."

"진짜네 ㅋㅋ 나 메이플 200찍고 몇달 전에 접었는데..  음?
근데 저 사람 하는 저 직업 뭐지? 신캐인가?"

남자의 화면에 비추는 캐릭터는 혁준이 메이플을 하며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직업같았다.

전신이 이글거리는 화염과도 같은 아우라에 뒤덮여 있었고,
강력한 에너지를 화면을 가로질러 내뿜고 있었다.

"아저씨. 이거 무슨 직업이에요?"

화면에 홀려있는 듯 하던 혁준은 낯선 사람이라는 경각심마저 잊어버린 채 화면 앞의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 바이퍼."

남자는 무심히, 동굴에서 기어나올법한 낮게 깔린 음성으로
짧게 대답하였다.

"아..  이게 그 바이퍼? 모험가 해적인거죠?"

"그래."

바이퍼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았을 뿐, 이 직업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커뮤니티에 이 직업이 언급되는 것 또한 본 적이 전혀 없었다.

그저 메이플 공홈 직업 선택란에 이 직업이 있다는 것을 사전적으로만 알고있는 정도였을 뿐....

"저 근데 이 직업 하는 사람 첨봐요 인게임에서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ㅋㅋㅋ."

혁준의 말을 들은 남자는 복잡한 마음이라도 담겨있는 양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없을 법도 하지."

"아저씨 이 직업 똥캐죠? ㅋㅋ 아놔 똥캐니까 사람이 안하져."

"아니.  아니야."

"예예ㅋㅋㅋㅋ  씹망똥캐에 투자한거 아까운 메창아저씨 자기합리화 오지고요~~~."

혁준과 대화하는 것이 질리기라도 하는 듯이
낮은 한숨을 짧게 내쉬고, 남자는 이내 혁준에게 딱딱한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바이퍼는....  숨겨진 히든 직업이란다. 만화나 영화속에서,
정의의 영웅들은 자신의 정체를 늘 숨기고 싶어하지. 이 세계의 평화와 질서를 위해 늘 자신을 낮추고 어둠의 장막속에 자신을 숨기지...  "


 "ㅍ..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승호야??? 뭐야 갑자기 왜웃는거야?"

한참을 자지러지게 웃던 승호는 이내 사악한 조소를 품은 얼굴을 보이며 그들에게 이야기한다.

"아니 ㅋㅋㅋ 듣자듣자하니 피시방에서 메이플이나 쳐하는 노땅아재가 숨겨진 영웅이니 뭐니 하는데 안웃을 수가 있어야짘ㅋㅋㅋㅋ..  꼭 골라도 지같이 찐따 쓰레기 직업 고르고 앉아있네
유틸이라고는 밀격이랑 타임리프밖에 없고, 윈드부스터는 쓸윈부나 익스그린으로 허벌창 유틸이 되서 버프 도움도 1도 안되는 무능함, 모든 공격기에 달려있는 답답터지는 후딜과 느려터진 자체공속, 그렇다고 딱히 딜러로써 쎈 것도 아닌게
기본스펙도 구리고 공격 리치도 짧아. 이런 똥쓰레기나 쳐하는 녀석이 히든직업 좋아하고 있넼ㅋㅋㅋㅋ 앙 기모띠~~ 욱겨서 승천할 각 ㅇㅈ합니까? "

(혁준. 자동 반사적으로)  '네 ㅇㅈ 합니다.'

 "헉 ..  ㅅㅂ 나도모르게 자동반사적으로..  아니 그건 그렇고 승호 니 메이플 같은 초딩겜 안한다고 하ㅈ.... "

"주둥아리 좀 닥치고 있어라. 넌 너무 말이 많어."

.
.
.
.
승호의 엄청난 인신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시선은 모니터 속 캐릭터에서 일절 움직이지 않은 채
사냥에 몰두하고 있었다..

경쾌한 키보드 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남자는 다시끔 무심한 말투로 혁준과 승호에게 말하였다.

"아니다. 바이퍼는 똥쓰레기캐가 아냐."
"바이퍼는 너무나도 막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지만, 메이플 월드의 균형을 위해 스스로 그 힘을 봉인하고 낮은 자리에 서있을 뿐이다."

그리고는 키보드를 놓고, 의자를 돌려 승호를 정면으로 쳐다본 채 말을 이어갔다.

"이건..  나와 같은 해적왕의 피가 흐르는 네가
누구보다도 잘 아리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듣고 흠칫한 승호는 이내 작은 눈에서 눈물방울을 글썽이다가 대성통곡을 하였다


"으...으흑흑슥흑 으아아아앙!!! 흐흐흑..." 

남자는 그런 승호를 보듬어주며 자신 역시 닭똥같은 눈물을 다른 한 손으로 훔치고 있었다.

눈물은 모두에게 전염되어, 그 날 후미진 PC방에 있던 모두를 울렸다.

지켜보던 혁준이도 울고, 청소하러 왔던 주간 알바도 울고, 리니지를 즐겨하던 PC방 단골손님 54세 김기현씨도 울고, 모니터 넘어 바이퍼 역시 울었다....

모두가 눈물바다가 된 하루였다. 
출처 헥헥.. 퇴근도중 폰으로 끄적거려봤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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