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거 컵스 우승을 보고 생각나서 퍼온 글인데,
야구 게시판에 올렸어야 할 것을 잘못 올렸네요.
삭제하고 다시 올리는 대신 베스트 베오베 금지 걸었습니다. ;;
뭐, 올라갈만한 글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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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0월 31일. 뉴욕 양키즈 스타디움.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는 이 날 여기서 벌어졌던 2001 월드시리즈 4차전을
야구 역사상 최고의 게임 30개 중 하나로 선정했다.
(7차전도 함께. 한 해 월드시리즈에서 두 게임을 선정한 건 처음이다.)
한 해 약 2천5백 게임 정도가 펼쳐지는, 100년이 넘는 미국 야구 역사에서
최고의 게임 중 하나로 선정됐다는 것만으로도
그 게임이 사람들에게 남긴 인상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애리조나 州의 수도는 피닉스(Phoenix)다.
그리고, 피닉스는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 ML(야구), NBA(농구), NFL(미식축구), NHL(하키) 중
그 어떤 종목에서도 단 한 번도 우승을 한 전적이 없는 유일한 프로스포츠 연고 도시다.
애리조나주는 그 어떤 종목에서도 전국우승을 한 팀을 가지지 못한 유일한 주라는 말이다.
농구에서는 "Phoenix Suns"가 두 번 NBA 결승에 올라간 전적이 있으나 두 번 다 패했다.
미식축구의 "Arizona Cardinals"는 딱 한 번 NFL 플레이오프에 나간 적 있으나 역시 졌다.
"Phoenix Coyotes"는 NHL 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한 적이 없다.
애리조나 주 역사상 그 어떤 종목에서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미국에서 프로스포츠 연고팀을 가진 주 중
그 어떤 종목에서도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주는 애리조나 주가 유일무이하다는 것은
이번 2001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팬들이 가졌을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염원과
열망의 강도를 짐작케 한다.
그 강도를 유추해볼 수 있는 이야기 하나.
우승 후 퍼레이드를 하는 날, 피닉스의 학교마다 수많은 학생들이 결석을 했다고 한다.
이유는? once in a lifetime experience 이라고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그 퍼레이드에 데리고 가기 위해 일부러 결석을 시켜서.
삼성 우승한다고 대구 아빠들이 아들 결석 시키고 구경가겠는가.
그 정도였다.
게다가, 당사자인 다이아몬드백스 팀 멤버들은 또 어떤가.
팀 내 월드시리즈 우승경험이 있는 유일한 선수가 Craig Counsell, 딱 한 명.
나머지 선수 중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한 명도 없을 뿐 아니라,
7차전 삐꾸 결승타를 쳐낸 Luis Gonzalez는 메이저리그 생활
16년 만에야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투수 Mike Morgan은 23년,
Bobby Wit는 16년, Greg Swindell 16년,
Reggie Sanders 11년, Greg Colbrunn 10년... 리스트는 계속된다.
그들은 그들의 야구인생을 통털어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것이다.
이러니 당연히 주전급 거의 전부가 노땅 선수들이다.
가장 젊어 보이는 Craig Counsell이 우리 나이로 32. 결승타의 Luis Gonzalez가 35.
동점 2루타를 친 Tony Womack이 33. 역전 득점을 올린 Jay Bell이 37. 포수 Miller 33.
1루수 Mark Grace 38. 3루수 Matt Williams 36. 센터필드 Steve Finley 37.
Curt Schilling이 35세에, Randy Johnson이 39세이며 투수 Mike Morgan은 42세...
역시 리스트는 계속된다. 참, 늙은 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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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2001년 11월에 작성된 딴지일보 기사 중 일부입니다.
컵스의 우승에 반응하는 시카고 사람들의 영상을 보니까
이 글이 생각나더라고요. 물론, 2002년 월드컵 때도 생각나기도 해서....